현장은 어딜까요? 원단 랙 시공 할 장소 말씀이에요. 그저 서울이려니 하고 견적을 넣었다가 나중에 발주가 나서 자재를 챙기다가 주소 알려주세요! 라고 물어 보았다가 헉! 충북 옥천~물어보지 않는 내가 잘못일까요? 특이사항을 알려주지 않는 발주처가 문제일까요? ㅠㅠㅠ

 

중량 랙 견적을 드리고 작업이 확정되고 현장은 어디일까요? 물어 본 사항에 대한 답변은 "고촌" 잉? 그 때 견적을 드릴 때는 "강서구"라고 했는데~..............그래도 천만다행. 비록 서울과 경기도의 차이지만 고촌이라는 곳은 강서구 옆에 붙어있는 김포이기에 현장이 "강서구"라는 것에 살짝 동의하기로

 

김포 고촌. 오늘의 작업은 그림을 보시면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어디보자~음~바닥에 자빠져 있는 것은 무엇인고? 흠흠흠~원단이 아니던가? 여봐라~게 아무도 없느냐? 오늘 중량랙 작업은 원단적재를 위한 작업이 맞더냐?.......예이~맞다고 아뢰옵나이다.

 

맞습니다. 오늘 작업은 원단을 구분하기 위하여 적재를 위한 선반을 만드는데 소재는 중량랙입니다. 혹자는 선반 1단에 최대하중을 400kg~그 이상을 말하기도 하는데 글쎄요! 오더를 따기 위한 술수는 아닌지요?

 

소비자는 일단 수치와 가격만 가지고 확정을 하잖아요! 제시된 것들이 진실이라는 가정하에 말입니다. A업체는 200kg이상 쌓지 말아 주세요~ B업체에는 400kg도 됩니다. 했을 때 일반적으로는 B업체 랙이 좋은거군! 하지 않겠어요! 재질은 대비하여 보지도 않고 말입니다

 

아는 분이 어느 날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남편과 결혼하게 된 연유. 연애할 때 자기네 시골엔 땅이 많고 짐승도 많고 그러니 나랑 결혼하면 먹고 사는 것은 문제없으니...하여 그 말을 믿고 결혼을 했더니 시골 땅은 임대하여 농사를 짓는 것이고 짐승도 많다 한 것은 개가 몇 마리를 말한 거랍니다. 이런 개같은 경우가 있나? ㅎㅎㅎ 말만 듣고. 어쩌겠어요. 이미 엎어진 물인데...

 

오늘 중량랙을 시공하고 있습니다. 원단을 적재하기 위한 말입니다. 지름이 크고 장정 한 사람이 들기에 버거운 원단은 하중 상 적합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부피가 그리 크지 않은 원단 적재에 아주 좋습니다. 60인치 원단 적재를 위한 랙 작업입니다.

자~그럼 지금 만드는 원단 중량랙의 사용 그림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정도면 아낌없이 다 보여드리는 겁니다. 당신이 그대의 연인한테 마음을 열어 보이는 것처럼. 나도 나의 마음을 다 보여 드립니다. 당신을 위한 내 솔직함. 창고 대 방출. 하지만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 하여도 당신의 모든 것을 다 주지는 마십시오. 파충류는 변온 동물. 사람은 변질 동물....사람은 동물이 아니구나. !!!!!하긴 동물보다 못한 사람도 간혹 있으니 조심

조금 전 시공했던 고촌, 그 회사 분에게 전화를 넣어서 혹시 원단을 올렸냐 물어 보고 자료사진으로 두 어장 받을 수 있냐 말씀을 드렸더니 흔쾌히 보내 주셨습니다. 회사 기밀도 아니니 말입니다. 참 고맙습니다. 귀찮을 수도 있는 일인데. 오늘은 원단 중량랙을 만듭니다.

 

- 하루를 시작하면서-

 

잠에서 깨긴 많이 이른 시간.

창을 때리는 소리에 눈을 뜨고야 말았더니

잡아먹을 듯 덤벼드는 장대비를 보았다.

그냥 일어날까?

벽시계를 보니 아직 2시30분.

에라! 모르겠다. 다시 엎어지자.

그래서 겨우 잠들었다 두 번째로 일어 나

하나로마트에서 사온 복숭아 한 개.

토스트에 얹힌 치즈로 아침을 때우고 집을 나서니

그렇게 요란 떨던 비가 멎었다.

 

조용하다 출근하려니

굵은 비 들이 붓던 날도 있었는데

오늘은 출근하려니 세상 잠잠하네.

삶의 타이밍을 잘 모르겠어.

빽빽하게 계획하고 검증하고 또 돌아보았던

어떤 것은 속절없이 무너졌고

이게 뭐 될까?

기대보다는 의구심이 더 컸던 어느 것은

뜻밖에 좋은 변수를 만나 갈채를 받았다.

 

진짜 잘 모르겠네!

지나치게 잘 하려는 생각을 버릴테야.

빠르게 이루려는 마음도 설득하여 보아야 해.

오늘은 그저 하루에 충실하기로.

결과에 너무 집착하지 말기로.

할 것에 충실하였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결국은 내가 기쁘게 살게 될 것이라는.

 

▶ 우산을 펴 보지고 못하고 출근했다.

퇴근할 때라도 우산은 펴 보아야 할 텐데

그래야 우산도 자기 밥벌이는 했다고 당당할 테니.

2023년 7월 10일 월요일 고 호순

오늘 명령 하달 받은 거 살짝 보여드립니다. 원래 이거 극비문서인데 당신에게만 보여드리는 거니 어때요? 이만하면 나를 믿어 주시겠습니까? 훗훗훗 만약 이것이 정말 회사 기밀이고 어떤 금전적 유혹에 휘둘린 거라면 나는 배신자이겠죠? 혹 국외로 반출된 것이라면 조국을 등진 것이겠고요.

 

사는 것이 나그네라고 했잖아요! 여기 저기 돌아다닌다 해도, 그래보았자 서울 안, 조금 면적을 늘리면 경기도까지. 좋아요 대한민국까지 쳐준다. 나그네라 하기도 그렇고 붙박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 아무튼 경량랙 해체하고 신규자재 투입 .작업합니다.

 

경량랙 작업 하는 날. 누가 신발 벗고 작업하게 될 줄 알았을까요? 오늘은 신발 벗어야 합니다. 낯 뜨겁네요. 근데 이거 남자 양말 맞긴 하죠? 신고 오긴 했는데 내가 봐도 헛웃음이 나오네요.

경량랙 작업 하는 날. 신발 벗고 올라오세요! 식당도 아니고, 오늘 새 양말이 걸레가 되었습니다. 보이는 발등은 멀쩡한데 바닥은 이렇습니다. 하긴 어차피 발바닥은 발바닥이지. 혹시 발바닥 놀이 아세요? 곰발바닥~닭발바닥!

 

경량랙에 행거 부착 작업입니다. 메인이 행거가 되는 작업 말입니다. 랙의 본분은 상품 적재인데 자꾸 옷도 걸게끔 해주세요. 간청이 쇄도하니 어쩔 수 없이 본분에서 약간 이탈하여 행거까지 . 수납이 메인인 경량랙이 오늘은 행거로 변신

 

수납 경량랙에서 행거 경량랙으로. 그러다보니 기둥이 매우 높습니다. 선반을 위한 경량랙이면 기둥을 저리 올리지는 않겠지요! 그쵸? 하긴 당신은 전문가가 아니니 뭘 알아야 대답을 하지! 예.....아뇨...

 

이제 행거를 걸기 시작해 봅니다. 오늘 주연은 선반이 아니라 행거라 말씀을 드렸었죠? 어제는 선반이 주연. 아니 지금까지 줄곧 경량랙이란 연극에서는 선반이 내내 주연을 했었죠.

 

그런데 오늘은 드디어 감독의 급 호출을 받고 행거가 주연을 맡게 되었습니다. 좌절하지 아니하고 굳건하게 살다보면 그늘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삶에도 햇살이 들어옵니다. 그런걸 알기에 나도 당신도 오늘까지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거 아닙니까? 나는 맞는데....

 

조립식 경량랙으로 행거를 시공하고 있습니다. 상단 행거는 내가 손을 펼쳐도 닿지 않는 내 육체의 한계 밖입니다. 키가 2m 정도만 되면 사다리 없이 꼭대기 행거를 만지작거릴 수 있을 텐데. 이그~생각한다는 것이....키가 2m 넘으면 농구를 해야지....

 

섭섭하게 생각은 마세요. 경량 랙 선반 타입도 한 군데 붙여 놓았으니 말입니다. 오늘은 금요일. 어쩐 일인지 산들바람이 들어옵니다. 온도는 여전히 상한가?를 치고 있으나 앞선 7월의 날들과는 사뭇 다른 바람이 있습니다. 태풍이 오려는 걸까요? 사랑이 오는 건 아닐 테고 훗훗훗

보름 전 이었을 겁니다. 퇴근하여 집으로 들어가는 관리실 앞에 빈 페트병. 언 녀석이 ㅎㅎ 쓰레기를 화단에 버렸나? 참 개념들이 없어! 투덜거리며 화단 앞으로 다가서니 글씨가 보입니다. 채송화를 살려 달라는 간절한 청원.

점심을 시답지 않게 먹어서 저녁이라도 알차게 먹어야지! 굳은 결의를 하며 얼른 집에 올라가려다 그래도 어쩐?하고 몸을 굽혀 화단에 눈을 바짝 갖다 대어봅니다. 채송화? 이 식물들은 채송화가 아닌데? 아주 유사하게 생기긴 했는데 분명 채송화는 아니었습니다. 에잇~이름이나 잘 알고 하던지 투덜투덜...서푼도 안 되는 지식으로 글쓴이를 판단하였습니다.

뭉크의 "절규"..... 일그러진 얼굴을 부여잡고 놀람과 좌절을 표출한 그림처럼 채송화를 살려달라는 절규를 느낍니다. 그 절규는 좌절이 아니라 어쩌면 용기입니다. 당신과 나의 절규는 드러내놓지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거나 대면하여 풀고자하는 의지도 없는 회피가 아닙니까? 용기 있는 절규. “채송화를 살려주세요.” 화단 앞에서 잠시 서성이던 나는 배고픔을 감지하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12층 버튼을 급하게 누르고......그 날 이후 그렇게 하염없이 또 보름이 지나고.

관리실 앞을 지나가다 제법 자란 식물 사이로 언뜻 보이는 작은 꽃 하나. 빠알간 꽃 한 송이, 저건? 그러네! 저건? 맞습니다. 대략 보름 전 즈음 투명 페트병에 검정매직으로 쓴 글씨" 채송화를 살려 주세요" 그 간절한 애걸(哀乞)에 채송화가 어디 있냐? 잘 알고나 청원을 하지 코웃음 치며 지나갔던 그? 이번에는 다른 마음으로 화단에 몸을 굽혀 코와 눈을 늘어트립니다.

채송화가 맞네! 채송화가 있었어! 우월한 식물의 장벽에 막혀 겨우 숨만 쉬고 있었던 가녀린 채송화. 아빠와 함께 했던 추억을 그리다가 불현듯 떠오른 기억 속에 채송화를 생각하다 나지막하게 부르던 노래 속의 낮은 꽃.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채송화가 있었습니다.

아무도 몰랐던 꽃 , 숨어 있던 채송화, 페트병에 글로 애타게 부르짖던 그 사람은 감춰있던 채송화를 어찌 알았을까요? 아직 덜된 어느 봄 날 씨앗을 뿌린 걸까요? 한 송이가 피어난 것을 보면 씨앗에 의한 발아는 아닐. 한동안 채송화 앞에서 떠나질 못했습니다. 내 시각으로 섣불리 판단했던 보름 전 생각. 이제는 그러면 안 된다고 다짐을 하면서도 그 고질적 뿌리는 내 삶 속으로 얼마나 깊게 뿌리를 내렸는지....

제법 숲을 이룬 화단 식물 사이를 헤치며 찾아보기로 하였습니다. 그 때 채송화를 살려달라고 청원하는 글을 남겼던 맑은 페트병. 나의 오만으로 비웃으며 돌을 던지게 했던 그 페트병이 아직도 있을까? 미안함을 전달하고 싶었던 겁니다. 비록 글쓴이는 만나 보기 힘들겠지만 그 분이 남긴 페트병이라도 찾아서 굽죄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찾아내고야 말았던 페트병. 그리고 그 사이 페트병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글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채송화. 아껴 주시면......그러자 페트병 뒤편에도 또 다른 글이 있다는 것을......

그랬습니다. 투명한 페트병 주위로 글이 있었습니다. 간절한 당부와 그에 걸 맞는 감사와 보응의 글 “ 저는 채송화입니다. 아껴주시면 예쁜 꽃으로 보답할께요!” 보답한다! 말은 숱하고 그런 마음을 갖고 사는 사람은 귀하고 드문. 누구일까요? 이 고마움을 페트병에 붙인 사람은

어린 아이일까요? 세상 이치를 좀 안다고 자부하는 어른일까요? 어른과 아이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나이로 구분하는 걸까요? 아님 보이는 외형? 마음 씀씀이? 채우고 있는 지력(知力)?

솔직히 낫살이나 먹어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희미하게 보이는 그림 하나. 품어주는 사람. 무슨 말을 하여도 받아 주는 사람. 나는 그런 분을 뒤따르고 싶습니다. 비록 어린아이 일지라도 본받을 이로 여기며.........

오늘 파렛트 랙 공사를 위하여 원래는 11톤 차량으로 진입을 하려했는데 곰곰히 생각하여보니 공장으로 진입하는 입구가 어려울 것 같아서 5톤 차량 두 대를 배치합니다.

아시나요? 11톤 차량 한 대와 5톤 차량 두 대중 어느 것이 더 합리적인 가격인지. 중량으로 보아선 11톤 차량 한 대가 5톤 차량 두 대보다 더 비싸야하는데 5톤 차량 두 대가 더 비쌉니다.

그냥 근거 없이 감으로만 말씀을 드려보는데 김치찌개 집에 가서 4인분 하나에 4명이 달라 붙어 먹는 것 하고 2인분 두 개를 시켜 둘씩 나눠 앉는 거 하고 그냥 보기로는 2인분 두 개가 양이 더 많아 보인단 말입니다. 근거는 없고요 그냥 느낌이 말입니다.

우리는 오늘 파렛트 랙 작업을 위하여 5톤 차량 두 대에 나눠 자재를 받습니다. 11톤 한 대면 될 것을 두 대로 나눠서 말입니다. 이유는? 앞에서 말씀을 드린 것처럼.

오늘 파렛트 랙 현장은 그림으로 보아선 매우 반반하여 좋아 보이는데 실제로 지면에 서면 기울기가 만만치 않아서 기둥 하부에 굄 철판을 제법 많이 껴 넣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파렛트 랙 작업을 하면서 온 몸은 이미 땀으로 충만합니다. 이러다가 내 육신에 고여 있는? 물이 죄다 방출되는 건 아닐까요? 그러면 고갈인데? 말라서 없어지는 것 말입니다.

 

어떤 것이든 그냥 놓아두면 점점 말라듭니다. 위로부터 유입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가뭄이라는 이름으로 쪼그라들게 됩니다.

파렛트 랙 작업을 하면서 말입니다. 먹고 사는 이 문제에만 올인 한다면 어쩌면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들은 흉년에 시달릴 수 있을 겁니다.

 

남자는 일에, 여자는 사랑에 목숨을 건다고 하는데 남자인 당신이나 내가 오직 일하는 것에만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면 다른 한 쪽 , 가정이라는 곳에서는 말라들어 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힘이 들죠.

 

마음의 양식이라는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먹고 사는 것에 바쁘니 손에서 책을 놓는다면 감정은 시들어 가고 다양한 생각도 어느 샌가 여위어 갈 수 있습니다. 분주하다 보니 모르고 지나갈 뿐.

바쁘게 살아야 겨우 유지하는 곳. 도회지. 틈이 생기면 쉼의 타이밍이 생겼다 생각이 들기 전에 무언가 허전한. 아마도 서울이란 도시에 살면서 일에 중독된 거 같습니다. 하는 일이 없으면 허전한.

처음에는 내가 일 위에 존재하여 부리고 시키고 했는데 이게 어느 순간 바라보니 일에 종속된 거 같습니다. 일이 나를 조종하는 말입니다. 머릿속에 온통 일로 가득하면 나는 이미 일이란 상관에게? 충직한 부하가 된 겁니다. 오늘 파렛트 랙을 시공하면 말입니다. 일.일.일.

포천이라는 동네에서 이틀을 보내면서 말입니다. 땀이 나를 지배하고 일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스림을 받습니다.

열(熱)과 성(誠)다하여 파렛트 작업에 임하지만 또한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도 합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길은 여러 갈래로 뻗어있습니다.

파렛트 랙 시공을 마치고 이제 돌아가려는 시간. 자~날개를 활짝 펴라~바퀴달린 차는 땅에 붙어서만 다닌다는 생각이 바뀔 것이다. 수고 했다. 오늘도 나름 애를 썼다. "최선"이라 확신있게 말은 못하겠지만........내일은 어느 현장에 나를 놓아둘까?

해야 할 숙제 같은 것들이 많아서 조금 이르게 도착한 회사. 그런데 시계 엔틱하죠? 아직도 오리엔트 시계가? 네! 당신이 말하는 그 오리엔트 맞습니다. 잠시 후 거래처 대표께서 지나가다 방문 하여 싸구려 봉다리 커피 한 잔씩 박치기하려 할 그 때 , 한통의 전화가 긴급하게. 벨소리는 이렇게 "헬렐렐레~헬렐렐레~헬렐렐레~ ㅎㅎㅎ

 

한강에서 살짝 사귄 분이(여자 아녀요~ㅎㅎ) 고기를 가져 갈 수 있냐고 전화를 주신 겁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전화를 주었다는 것은 밤을 새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자신은 고기와 상관이 없으니....나도 한 때는 밤을 새곤 했는데 이제는 밤을 재웁니다. 키득키득!

예기치 못했던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나의 친구 "한강"으로 고기 앵벌이 들어가십니다. 내 주위에 아시는 분들이 민물고기를 그렇게들 좋아라~하셔서 주는 기쁨으로 앵벌이 합니다. 우리가 제공하는 것들은 신선도 100%. 그리고 유통단계 없이 산지 직송체계 되시겠습니다.

모래사장에 콘크리트를 덮고, 강물의 범람을 막아보려 턱을 세우고, 다시 그 둔덕 위로 끈적이는 아스팔트를 펴서, 사람 편의에 맞춰 굳히기 작전에 들어간 지 벌써 오래. 이후로 낮이고 밤이고 거기다 새벽에도 씽씽~자전거, 아~씽씽 비키세요~자전거 지나갑니다.

이른 아침이어서 중턱 콘크리트 통행로에는 사람이 붙질 않았습니다. 미루나무 옆길엔 씽씽~자전거가 달려도, 중간 길엔 저녁까지 휑하게 뚫려 있을 겁니다. 이렇게 길이 좋은데 나는 아직도 떠날 챤스만 셈하고 있네요! 이 길 따라 한 없이 걷다보면 한강 하구겠죠? 그럼 삶은?

 

황석영 장편소설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엔 이런 글이 있습니다.▶여름이면 연변의 짙푸른 백양나무 그늘이 드리워지기도 하는 저 버스의 창가 자리에 턱을 쳐들고 오만하게 버티고 앉아서, 타관으로 떠날 수 있을 날은 언제쯤일까. 접근조차 손쉽지 않은 버스를 쳐다보면서 아우와 나는 버스가 떠날 때까지 정류소를 떠나지 않았다. 멀고 먼 타관으로 떠나고 싶은 충동은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오래된 노트 한 권을 뒤적거리다 시답지 않은 글 하나를 찾았습니다. 휘갈긴 글. 글씨체는 그 때나 지금이나 같네요.. 1989년도에 시외버스를 타고 평택 서정리라는 동네로 무작정 떠난 일이 있었네요. 하룻길 여정. 기억으론 평택으로 흘러 서해로 들어가는 물길. 서정리 다리에 걸쳐 앉아 노트에 긁적였을. 돌아보면 긴 듯 하여도 당신이나 나도 하루 밤 잤는데 황혼.

한강은 나의 오랜 친구입니다. 어린 날, 언제, 어느 때 찾아가도 한강은 나를 반겨 주었습니다. 한강 품이 그리울 때면 옥수동 산비탈에서 기어 내려와 단국大와 부자동네 유엔 빌리지 샛길로 제3한강교를 건너 압구정동 배 밭 뚝방 아래 강변 모래사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엄지손톱 크기의 노란 조개는 물기 머금은 모래 속으로 감쪽같이 은둔했다고 생각했지만 결코 나를 따돌리지는 못했고 칠성장어. 징거미. 참게. 어느 날은 팔뚝만 메기도 내주었던 한강. 그 모래사장에 누워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날엔 어김없이 별들이 내 얼굴로 와르르르 쏟아 내렸고 그렇게 강가에 누웠다 한 밤중 집으로 돌아갔던 날엔 어김없이 내 종아리를 제물로 바쳐야 했습니다. 아들이 걱정되었던 어머님의 회초리.

그렇게 절친으로 보내다 세상이라는 또 다른 친구를 만나 한 마디 이별의 말도 없이 어쩌다 한강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7월의 장대비가 한강물을 불려도 나는 더 이상 한강에 있지 않았습니다. 압구정동 김씨 아저씨네 과수원에 노란 배가 주렁주렁 달려도 철조망을 넘지 않았습니다. 거친 바람이 남산 소나무를 흔들 때도 나는 더 이상 거기 있지 않았습니다. 세상과 바람이 났던 거죠! 바람이 나면 눈에 보이는 것도 없고 주위의 충고도 들리지 않는 것.

그리고 알랑거리는 세상에 눈이 멀어 짝짜꿍하며 살다가 어느 해 8월 한강의 절규를 듣게 된 것입니다. 유독 더웠던 그 해 제3한강교를 지나다 한강을 보게 되었고 핸들을 잡고 있던 내가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던 것입니다.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세상에 들러붙어 던져주는 부스러기나 얻어먹으며 뭐 하는 거냐고?“ 머리를 휘두르다 핸들을 놓칠 뻔 하고서야 정신이 돌아 왔습니다.

그 날 저녁 잠실 토끼 굴 아래로 차를 몰아 한강 가장 가까운 곳에 세우고,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리고 그 아침, 서울의 목덜미를 물고 늘어지며 콘크리트 도회지에서 삥 뜯어 먹고 살던 오랜 고착화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차 문을 밀고 나가서 본 한강은 순수할 때 보았던 그 잔물결이 이른 볕에 반사되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편의점 같았던 세상을 조금 멀리하고 다시 한강으로 들어갔던 날. 한강은 여전히 나의 친구로 기다리고 있었음을.

그는 오늘도 저 비밀의 통로를 지나면 낚싯대 받쳐 놓고 앉아 언제 미끼를 물고 늘어질 줄 모르는 물고기를 기다리며 빛나는 눈으로 앉아 있을 겁니다. 기다린다는 거. 곤욕스런 과정이지만 그 끝의 맛을 알기에 밤을 보낼 수 있는 겁니다. 가슴이 콩당 거리기도 합니다. "미친" 맞습니다. 우리는 어떤 하나에 다 미쳐있죠!. 멀쩡한 척 하지만.

그가 저기 있습니다. 뭐라고 했어요?! 저기 있을 거라 하지 않았습니까? 밤을 새하얗게 날려 버리고도 낯 찡그림 하나 없이 씨익~웃습니다. 나이를 몇 개 더 먹다보니 친구가 무엇인지 조금 더 알아 가고, 좋은 친구를 구하는 것보다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알아 갑니다. 좋은 친구는 자신의 유익보다 상대를 더 위한다는 것도.

좋은 친구....,자신은 언제나 조연이고 상대가 늘 주연이 되도록.. 이런 말 들어 보셨는지요?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좋은 친구라면, 훌륭한 리더라면 같이 한 동료에게 우선적으로 가장 맛난 것을 앞으로 밀어 주고 자기는 마지막으로 먹는다는 말입니다. 굳이 먹는 다는 것으로 표현을 했지만 무슨 뜻인지 아시죠? 모르시면 우리 더불어 한강으로 가서 편의점에서 뽀글이 라면도 먹어 보고, 행복한 사람들의 깔깔대는 소리와 빛나는 얼굴들을 보기로.

우리는 내가 주연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함몰되어 삽니다. 자녀들 교육도 그렇게 시킵니다. 옆 집 아들 창수보다 내 자식 등수가 떨어지면 지구가 파탄 나는 줄 알고 지금 다니는 학원이 못마땅하여 여기저기 검색하고 학원을 갈아 태웁니다. 예의? 그 딴 거 어디다 써먹으려고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1등이어야 합니다. 케케묵은 예절? 그런 건 종말처리장에나 버리라지. 그리고 결국 당신도 자식에게 배신당해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그렇게 키웠잖아요! 내가. 당신이.

한강에서 밤을 보내며 한강이 선물로 내어준 조과물을 보여주는 조우(釣友). 조우(釣友)라는 말도 가슴에 안기지만 좀 더 격조를 높여 표현하면 조사(釣士). 낚시하는 선비. 그는 지금 우리에게 땀의 선물. 물고기를 내어주고 있습니다. 가물치. 메기. 그리고 민물의 황제 쏘가리입니다. 누구 줄까? 벌써 행복합니다. 줄 수 있다는 거. 이 물고기를 받으면 좋아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 맛나게 요리하여 친구들을 부르는 사람이 있다는 거.

그런데 이거 산삼 아니죠? 이파리가 좀 닮은 듯 하여 말입니다. 어설프게 알면 사람 잡습니다. 그런데 진짜 말입니다. 이거 산삼 아닐까요? 이거 산삼이면 대박. 한강 모처에 수두룩하게 있으니까요! 맞으면 당신에게 한 뿌리 드리겠습니다. 캬흐~넓은 마음. 아시죠? 우리 마음이 얼마나 넓은지 군대 귀신이 들어가고도 남는 면적이라니까요!

아침부터 물고기 앵벌이하고 뒤돌아 사무실로 돌아가는 한강 난간에 하얀 술병 하나. 아마 알코올 도수 확 낮춰서 여성 고객을 쓴물의 세계로 더 많이 영입시키려는 수완이 옅 보입니다. 하얀 술병만 보아도 좋게 여기는 감정이 불 일듯 일어나게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 저렇게 놓아두고 가면 어쩐다지? 물 들어오면 쓸려나가 떠돌아다니다 결국 파편으로 남아 날 선 흉기가 될 텐데 말입니다.“ 알게 뭐에욧? 내가 1등이면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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