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 념-

 

이제 곧 퇴근

이게 뭐야~하필이면 지금?

조금 뻥쳐서 우동 굵기 만한 장맛비

아침부터 내둥 맑다가 퇴근하려는 이 때

후두두둑 몇 방울 내리는 듯하더니

이내 쏴아~쏴아~

그제사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늘 이 모양일까?

우산 안 가지고 출근한 그 날

퇴근하려하니 다시 깡패같은 비.

언제 그치려나?

배고파서 눈이 희번덕 뒤집어진다.

나는 늘 이 모양이네.

 

▶ 2023년 7월 어느 오후

먹는 것 앞에서 남자의 굳은 결의도 헛것이 되었다. 벙벙해지는 허리 주위를 보면서 먹는 것을 줄여야 하는 것 맞지? 운동을 못하면 입으로 들어가는 양을 줄이는 것이 맞는 거지? 자문자답을 하면서도 먹는 것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것은 어쩌면 넘어야 할 만리장성 일수도. 이걸 사려고 대형마트를 간 건 아닌데 실실 돌아다니다 통치즈를 보게 된 것. 그리고 즐겨보는 EBS 세계 테마기행 중 유럽 목초지에서 직접 만든 치즈를 먹어 보고는 뭐 진실의 미간 운운하며 그 맛에 감탄하는 여행자의 얼굴이 기억이 훅~들어 온 것이다. 하나 사볼까?....사야지 아무렴~

아이고~ 무셔라~요즘 사건들이 좀 있다 보니...그렇죠! 하지만 칼이 누구의 손에 들리느냐가 중합니다. 요리사의 손에 쥐어지면 당신과 나의 食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기능을 하게 됩니다. 쇠가 군수공장에 들어가면 무기로 탄생하고 대장간에 들어가면 농기구가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TV에서 본 것은 있으니 치즈를 썰어 봅니다. 얄팍하게 베어 내려다 이왕 먹는 거~후후후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고 유일하게 치즈만 올려놓습니다. 어쩌다보니 계단처럼 되었는데 뭐~멋으로 먹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누가 지켜보는 것도 아니니 오늘은 내가 맘대로 주물럭거리는 "내가 요리사"입니다. 사살은 다른 것도 얹히고 싶으나 그렇게 하자면 또 이것저것 준비해야하니 그 번거로움을 감내할 자신도 없고 말입니다. 그래서 내가 늘 말하는 삶의 유형 "심플하게 살자"를 모토로 심플한 치즈 토스트를 만들어봅니다.

그리고 용맹하게 토스트를 반쯤 접어 한판승의 사나이가 되려 합니다. 왜 접냐고요? 그냥 반반한 토스트에 치즈 올려 교양 있게. 우아하게 ,폼 나게 식생활 하시지! 우훗? ㅠㅠㅠ 그냥 나는 나 입니다. 나 역시 그런 삶을 살려고 노력을 해보지 않았겠어요? 결과는 그런 삶이 당체 내게는 맞지 않는 다는 것을 아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어느 때부터 나는 나지! 내가 그가 될 수 없고 내가 당신이 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오늘까지 사는데 그렇다고 규칙 없고 게걸스럽게 살지는 않으니 지나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으으으~무슨 변명을 그렇게...그러면 사람 없어 보인다 ㅠㅠㅠ. 자 그럼 크게 한 입 물어 볼까요? 과연 맛은 어떨까요? 말해 뭐해!

지난번에 경량 랙 설치했던 이천 현장에 추가 물량이 있어서 다시 들어 왔습니다. 지금 보시는 것은 경량 랙 행거이고요.

혹시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 말은 들어 보셨으리라~구름은 아시죠? ▶뭐얏? 나를 뭐로 알고 그런 말을? 내가 이래봬도.....■발끈하지 마십시오. 당신에게 물어본 거 아닌데....▶그런가요? 나를 구름도 모른다 하는 줄

 

구름에게 자기 의지가 있을까요? 없죠. 구름은 오직 바람에 의하여 밀려 다닐 뿐. 현장 일로 먹고 사는 나도 어쩌면 그런 부류에 속하지 않을까요? 경량 랙 현장이 천안이면 나도 천안으로, 이천이면 나도 이천으로 쫒아 갑니다.

 

경량 랙 현장이 이천인데 목포로 간다면 인생 삼천포로 빠지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요? 그런 맥락에서 구름과 나는 비슷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구름 이야기가 나왔으니 노래 한 곡 듣고 가시겠어요. 나나무스꾸리의 오버 앤 오버에 노랫말을 붙여 히트를 쳤던 ▶구름은 흘러서 남쪽으로 내 마음 흘러서 고향으로 고향을 떠난 나그네는 서러움에 잠긴다오.

아하~지난 번 설치한 선반은 이렇게 사용하고 있군요! 우리는 성심껏 설치하고 철수를 하면 그 후로는 잘 모르거든요. 알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알 수가 없어서

야무지다는 표현이 어울릴까요? 상품 적재한 상황을 보면 살림살이 야무진 여성이 떠오릅니다. 물론 남자가 가계부를 주도하는 상황도 있겠지만

보세요! 얼마나 정갈하게 정리가 되어있는지, 살림살이를 보면 그 집을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정돈이 되어 있으면 손님이 찾는 상품을 빠르게 찾을 수 있겠죠

일목요연하게 보이시죠? 사업은 정리와의 싸움입니다. 그리고 인생도 정리와의 투쟁입니다. 일단 내 마음부터 정리하지 못하면 무엇이 되겠어요? 내 심정이 어수선한데 무엇이 집중되겠습니까?

경량 랙과 경량 랙 사잇길 보세요!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나요? 차분한 감정이입이 되지 않나요? 나만 그런가요? 좋아요~그렇다고 치겠습니다.

여긴 아직 경량랙 선반에 여백이 있습니다. 동양화처럼 여백의 미(美)를 위하여 남겨둔 것일까요? 훗훗훗 배부른 소리. 한 뼘의 공간도 아까운 판에 선반을 놀려 둘리는 없습니다. 단지 아직 정리중이라..

추가로 가지고 온 물량이 널널해서 우리가 설치한 경량랙 선반이 어찌 사용되고 있는지 흐뭇함과 감사한 마음으로 살짝 돌려보고 있습니다. 살면서 감사한 마음을 잃어버리면 마음이 쪼그라드는 거 아시죠? 점차적으로 자신의 유익함만 추구하지만 그거 별 거 없습니다.

이제 손 털고 나가겠습니다. 구름처럼 떠도는 인생. 내일은 어디로 흘러갈까요? 어떤 일이 나를 부를까요? 구름은 바람에 밀려가고 나는 일에 밀려갑니다. 오늘은 경량랙에 손을 부지런히 놀리고 퇴청하겠습니다.

-감정이 이성을 이기던 날에-

 

컴퓨터를 끌어안고 있다가

거듬거듬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박차고 나가

시장 앞 그 떠들썩한 마트로 간다.

밖은 지금 장대비 작열.

근데 이 상황에 어찌하여 마트를?

뜬금없이 우윳빛처럼 뽀얗고

순한 비누로 머리를 감고 싶어진 것.

베란다 선반에는 여전히

이런저런 경유로 들어온 비누 선물 셋트가 꽤 있지만

정작 내가 찾는 뽀얀 비누는 없었기에.

아내가 알면 이 얼마나

어이없는 짓을 벌이는 것인가?

그렇다고 과소비라고 말하진 말길.

꼴랑 세숫비누 하나이니......

 

이제는 이따금

감정이 이성을 이기는 것을 보고 싶은 거다.

오랜 시간, 이성이 나를 얼마나 옥죄고 지배했는가?

이성에게 지고 살았던 시간 속에

돌아 본 뒤안길, 후회도 있었으니 말이다.

 

▶야! 이성적으로 생각하라고!

감정에 사로잡히면 그냥 훅~가는 거야“

 

학습은 언제나 이성적인 것이고

정답도 항상 이성적인 것에서 나왔다.

진로를 상담할 때도 나는 덜떨어진 것을 희망했었나보다.

▶네가 원하는 그 길은 먹고 살기 힘들 거야!

어쩔 건데?

네가 좋아하는 것은 알겠으나 도대체 뭘 먹고 살 건데?

시간 금방 간다!

고생 사서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생각 해!

 

이성은 차가웠다.

언젠가 뱀을 잡아 목에 걸었을 때

그 서늘한 체온처럼 이성은 냉철했다.

그렇게 이성을 스승으로 두고 살아온 탓에

남들만큼은 살게 된 것, 그건 인정.

하지만 누르고 살았던 뜨거운 가슴은

미련으로 응고가 되고 말았으니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일.

 

컴퓨터 앞에서 되지도 않은 혼잣말을 하다가

뽀얀 비누로 머리를 감던 사춘기 시절이 생각났다.

나도 그 비누로 머리를 감았고

내 친구 창수도 그 비누로 머리를 감고 쏘다녔다.

하얀 비누로 머리를 감고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어른들은 꼭 이렇게 말했고

그럼 나는 꼭 이렇게 답했다.

아자쒸이~대가리에 피 마르면 죽어요...)

엄마를 속이고 여학생을 만나러 나간다.

신당동 건너 문화서적 골목

순백한 비누로 감아서 그럴까?

머리에서 좋은 냄새가 난다

가슴은 뛰고 얼굴은 포도주 색

장충중학교 3학년 중삐리가 뭘 안다고

머릿님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가

히죽거리며 78번 버스에 오른다.

창밖을 본다.

억수같은 비가 온다.

방바닥에 달라붙어 있어라~

집을 나서면 빗물에 너덜거리는 몸이 될 거야 이성의 귓속말.

음음음음......

에라 ~모르겠다.

하얀 비누를 사러가야지.

사방에서 물난리가 났다는 뉴스를 뒤로하고

집을 뛰어나가 그 마트로 달려간다.

하얀 비누로 머리를 감아야지.

그러면 머리에서 좋은 냄새가 날거야~

 

 

2023년 7월 극한호우 내리던 날,

사무실로 사용하든지, 공장으로 사용하든지 어떤 용도로 사용하여도 참 반듯한 구도의 공간. 어떤 것에 이용하여도 모자랄 것이 없고 그렇다고 남는 것도 없는 꽉 찬 느낌?입니다. 아늑하기까지 말입니다. 혹시 이런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으시나요? 저기에 있어도 여기에 있어도 포근한 사람. 다른 사람에게 어깨를 내주어 도움이 되는 사람? 너무 비현실적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오늘은 여기서 행거 시공을 하려 합니다.

자! 튼튼한 행거 세워보기로~ 당신이 잊을만하면 말씀드리는 거 있잖아요! 개구리 밥 처럼 바람이 불면 물결에 따라 수면을 떠다니는 삶이 바로 나의 모습입니다. 오늘은 여기기에서 행거 작업. 내일은 저기에서 중량랙 시공. 모래는 거기에서 진열대 시공. 일을 주시는 곳을 따라 이동하는 부평초 같은 삶. 훗훗훗 당신은 붙박이처럼 산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신의 직업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어제는 어떠했습니까? 나도 한 번은 당신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턱 괴고 몰입하여 듣고 싶습니다.

감사하게도 벌써 몇 번 째 우리에게 일을 주는 회사에 오늘 또 들어 온 겁니다. 희열이 있습니다. 믿고 다시 불러준다는 것. 한 번. 두 번. 세 번..보편적으로 자주 보고 쉽게 만나다 보면 처음에 보았던 좋은 이미지에서 조금 더 나가 약점도 보이고 수정했으면 하는 것도 보입니다. 연애와 결혼이 그런 거 있잖아요! 마냥 좋아서 만나면 히죽대다 난 무조건 너하고 결혼해야 해, 이 사랑을 멈출 수가 없어 결혼을 했는데......그 이후는 당신의 생각에 맡김. ㅎㅎㅎ 튼튼한 행거. 양면 사용 8.4m 두 줄 세우고 이제는 여기서 나가려합니다.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나를 어딘가로 밀고 가겠죠? 창고형 행거 잘 설치하고 돌아갑니다. 고맙습니다.

헉헉헉! 자재 양중 마쳤으니 좀 쉬었다 하자고오~땀이 얼마나 나오는지 마치 화산에서 용암이 분출되는 것 같아. 젠장! 사타구니도 축축해. 남자는 사타구니가 뽀송뽀송해야 하는데.....

그렇습니다. 여름은 땀과의 한 판 혈투입니다. 황야의 무법자처럼 방아쇠 한 방으로 끝나는 전쟁이 아닙니다. 몸 안에 수분이 빠져나가 헬렐렐레 무기력하여 질 수 있는 시즌이 바로 노동자의 여름입니다.

오늘 작업은 경량랙에 바퀴를 부착하여 세우는 공정입니다. 우리가 작업적 특성은 누워있는 진열대를 조합하여 일으켜 세우는 것이라 말씀을 드렸었죠?

처음 자대 양중을 마쳤을 때 그림을 보십시오. 모든 자재는 다 바닥에 누워있습니다. 그들 스스로 일어나 결합되어 설 수 없습니다. 트랜스포머를 연상하시면 아니 됩니다.

경량 랙에 바퀴를 달아서 세우는 것처럼 우리 삶도 그렇게 살아야 바람직한 거 아닐까요? 내 옆에 누군가가 힘들어 하면 가서 벗이 되어 그의 말을 들어 주고 더불어 어깨동무히고 일어서는 것.

경량 랙 작업도 그렇지만, 나도 삶이 고단하지만 나보다 더 힘들어하는 사람을 본다면, 더군다나 곁에서 자주 보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알아서 잘 해결하겠지 방관하지 아니하고 주저 앉아 있는 그 사람 곁에 슬그머니 나도 같이 앉아 주는 것

경량 랙 작업도 그렇지만 우리 짧은 인생사도 그렇겠다 생각을 하여 봅니다. 혹시 지금 당신의 나이가 몇 개일까요? 그리고 그 나이의 숫자는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는지 삶의 고찰을 해보신 적이 10분이라도 있을까요?

그렇다면 앞으로의 시간도 훅~다가 왔다가 금새 가버리고 나이의 숫자만 더하여 지겠네요?

지나간 것이 그렇다면 앞으로 올 것도 그럴 겁니다. 현재는 과거로부터 온 것이니까요! 자~다시 경량랙 작업에 몰두 하겠습니다

하나와 또 하나를 더하면 둘이 되는데 그 하나와 하나가 결합하여 다시 하나를 만들고 있습니다. 경량랙 복식이라고 합니다. 분명 둘인데 하나의 몸체로 되는 것

경량랙 복식처럼 그런 류의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사랑! 그렇습니다. 사랑은 그렇습니다. 내가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면 그녀에게 져주는 거죠! 그녀의 뜻에 내 뜻도 합쳐주는 거죠! 분명 둘인데 하나.

경량랙 합체...그래서 결혼하여 부부가 되었는데 살다보니 세상 조건에 조금 휘둘리고 사랑도 살짝 시들시들. 그래 좋아! 사랑은 희석되어도 의리는 지키자 ㅎㅎㅎ "의리" 경략 랙 작업을 하면서 뼐 쓸데없는 생각을.

기둥에는 전량 바퀴를 달아서 밀고 당길 수 있도록 합니다. 사랑싸움 "밀땅" 아니고요! 사용 상 조금 편의를 생각해서. 그런데 다녀 보니 그렇게 움직일 일은 많지 않더라고요

자~이제 우리는 경량랙 작업을 마치고 벽 타고 나갑니다. 골목은 좁지만 이쪽으로 가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좁은 길일수록 유혹의 현란한 빛도 적습니다.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잘 가고 있는 것은 맞는 거지? 가끔 한 번씩 돌아보는 "짬"도 가져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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