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학교에서 괄목할만한 성적 받은 것을

그 아이의 엄마가 그냥 둘리 있는가?

친구들에게 과시하고 싶어서

입술을 들썩거리다 결국 이야기를 하였나보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엄마 친구들을 만났고

샘나는 어투로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 얘! 너는 참 좋겠다! 그렇게 공부를 잘 한다고?

엄마가 우리한테 자랑하더라.

너도 친구들에게 자랑했겠네?"

 

그때 어른들의 질문에 답한

아이의 언어가 너무 아름다웠다

 

" 자랑해서 무엇 하게요?"

 

꼬마야! 너의 말에 어른인 내가 부끄럽다.

상대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것이 생기면

자랑하고 싶어서 입술이 부르튼단다.

길을 가다 세 사람을 보면 그 중에 한 명은

스승이 되기에 충분하다 하더니

꼬마야! 오늘은 네가 나의 스승이구나.

- 듣기만 하여도-

 

다급한 경적소리.

삐뽀 삐뽀

뚝방 아랫길로 달려가, 달려가.

삐뽀 삐뽀

큼지막한 병원으로 더 빨리 급하게.

많이 아플 텐데.

의식을 놓았을 수도

작은 병원에서 손사래 치니

우람한 병원으로 달려가지만

옷 벗고 가버린 의사들이 많다는데

구급차 달려가는 그 병원에는

병을 진료하고 치료하는

善한 손들이 기다리고 있으면 참 좋겠다.

의사도 사람이라고 말을 하기에는

시간 끌 여유조차도 없는

그 누군가의 자식이 있고

쇠 깎듯 몰아치는 거친 숨이 있다.

 

▶ 2024년 2월26일 월요일 늦은 10시

한강에서 걷다가 집으로 돌아가며.

-아줌마 여기서 그러시면 안 돼요-

 

아주머니 휴대폰에 얼굴을 박고 지나가신다.

“아주머니 그러시면 고꾸라집니다.

그러면 단박에 뼈 나가요.“

 

아주머니 불쾌한 기색 일도 없이 웃으시며 “네”

그리고 나를 지나쳐서

다시 휴대폰에 얼굴 묻고 가던 길 덤덤하게 가시네.

무엇이 아주머니 마음을 저토록 홀렸을까요?

넘어지면 손목 나가는데...

넘어지면 얼굴에 흠이 생길 수도 있는데..

먼눈팔다 왼 편 손목 골절된 내가 말해 본다.

 

“딴전 팔다 인생 곤욕 치른 친구도 있어요.”

 

2024년 2월23일 금요일 오후 6시

길거리에 서서. 낚시꾼 이야기

 

그럴싸하게 내리던 비가 안개비로 바뀔 무렵

올림픽공원이라도 돌고 와야겠다는 생각에

집을 나서 동문으로 진입하여

공원을 크게 돌아 다시 돌아오면

8000보는 족히 넘을 것이다.

그러면 사무실에서 짬짬이 돌아다닌

걸음걸이가 2000보는 될 것이라 생각하면

이로서 하루 만보는 턱걸이 채움이 되지 않을까?

 

좀 더 빠르게

그리고 좀 더 넓게

올림픽 공원을 크게 돌고 북문으로 나와

8차선은 족히 넘을 횡단보도를 건너

성내동으로 진입하는 2차선 JYP 사옥 앞에 왔을 때

도로에 나뒹구는 신발 한 쪽을 보았고

이내 짝이 맞는 하나도 보게 되었다.

멀쩡했다.

신을 신고 이내 돌아다녀도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신발 한 켤레.

얘는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만취된 그 누군가가 만사가 귀찮아

다 벗어 버리고 가버린 걸까?

 

가는 비(細雨)가 여전히 내리는 늦은 9시 즈음.

그냥 기분이 짠하다.

당신이나 나나 우리는 모두 관계 속에서 산다.

그러니 만남이라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인생의 한 부분인가?

아니 어쩌면 삶의 모든 것이

만남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니 좋은 사람이란 명제 앞에서

우선적으로

내가 그에게 좋은 관계로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우리 엄마들 흔히 하는 말

 

" 우리 아들은 착한데

나쁜 친구들을 만나서 이렇게 되었어요."

 

그건 내 아들이라는 시각에서 이야기이고

사실 내 아들도 대부분 착한 관계로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슬비가 돌아다니는 겨울 밤.

행인 흔치 않은 2월의 밤.

길가에 나뒹구는 신발을 뒤로 하고

다시 집으로 향하며

나의 발을 감싸고 있는 운동화를 본다.

수고한다.

네가 있어서 올림픽 공원 크게 한 번 돌았다.

 

▶2024년 2월 21일 낚시꾼 이야기 고 호순

산천어 수컷이 올라 왔다.

저 자태에서

수놈이 가지고 있는 용맹함을 읽을 수 있지 않는가?

강인하게 보이는 턱과

절대로 밀리지 않을 맷집.

까무잡잡한 피부에서 느껴지는 전사(戰士)의 필사적 대항.

하지만 녀석도 결국

먹지도 못 할 가짜 미끼에 덤벼들다

뭍으로 끌려 나오고야 만 것이다.

속았고.

밀고 당기는 힘 싸움에 졌고

끝내 무릎을 꿇고야 말았다.

 

세상은 언제나 나보다 센 놈이 있고

그 반면 나보다 약한 놈이 있다.

나보다 공부를 잘 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내 점수 아래서 기회를 노리는 친구도 있다.

우리 동네에서 제일 싸게 판다는 주유소가 있고

다리 하나 건너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면

더 싸게 파는 주유소도 있다.

총 나간다,

칼 나간다, 어깨를 으쓱이며 살지만

더 잘 난 사람을 만나면

꼬리를 내려야 할 경우도 만난다.

 

저 수놈 산천어를 걸었을 때

당길 힘은 어떠했을까?

낚싯줄이 버티기 힘들다고 우는 소리를 내었을까?

낚시 경험이 오랜 이가 걸었을까?

남자친구와 처음 낚시를 온 그 녀가

어쩔 줄 몰라 하며 걸었을까?

산천어 낚시는 붕어낚시처럼 떡밥으로 잡지 않으니

꼭 타짜라고 하여 낚는 산천어가

절대적인 숫자로 우위에 있지는 않았다.

내 옆에서는 더운 나라 동남아에서 온 사람이

연거푸 두 마리를 올려

얼굴에 자리한 수심이

한 방에 날아가는 환희를 즐기기도 했다.

얼음낚시는 처음으로 해보았을 텐데,

나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때

그가 두 마리를 걸어

나에게는 좌절감만 주기도 했던 것이다.

살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비교이다.

하지 않을 내야 하지 않을 수 없는 습성.

눈에 보이니 어찌할까?

너보다는 내가 나야한다는 생각.

옆집이 차를 바꿨네?

그럼 나도 바꿔야지!

저 집보다 약간 더 높은 사양으로!

더더더더.

 

나는 아직 산천어 코빼기도 못 보고 있는데

옆에서는 큼지막한 산천어 수컷을 걸어 내었다.

~

우리 수컷 대 수컷으로

한 번 자웅을 겨루어 보자.

장소는 네가 정해라.

시간도 네가 정해라.

모든 선택권을 너에게 주겠다.

이렇게 좋은 조건을 접해본 적이 있느냐?

산천어에게서 회신이 왔다

 

오늘 정오 얼음판 아래 물속으로 오시오.

나는 혼자 갈 테니

당신은 여럿이와도 괜찮소.

물 깊이는 한 길은 넘을 것이요.

나는 당신 바로 발아래 물속에서 기다리겠소.

 

 

원래 있던 40cm 어항 하나에 3개를 더 꾸몄다.

40cm어항 하나를 구매했고

뒤이어 60cm 중고 어항 추가 구매.

다시 잠실까지 가서 60cm중고 어항 하나 더 구매.

그래서 현재 사무실 벽체에

모두 4개의 어항을 깔았고

그 중 3개는 성업(盛業)?중이다.

모래를 깔고

양평 사는 지인의 동네 냇갈에서

자연미 뿜뿜 넘치는 돌멩이 몇 개 주워다

한 폭의 동양화처럼 꾸며보았다.

그러자 이런 거에 일도 관심이 없던 아내도

운치가 있다며 모처럼 내가 하는 일에 갈채를 보냈고

사무실 직원들도 보기 좋다고 했다.

 

어항을 들여다본다.

다시 어항 꾸민 건 참 잘한 일이다.

일에 골몰하는 사무실의 건건함에서

물고기들이 발랄한 움직임은

이 얼마나 명쾌한 일인가?

멍 때리는 대회가 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멍하니

마치 정신 나간 사람처럼 있는 상태를

누가 더 오래 유지하는가! 우열을 다루는 모임인데

그게 정신 건강에 그렇게 좋다 하지 않는가?

내가 체험하지 못해서 그런가? 했는데

어항을 만들고

개울에서 물고기 몇 마리 잡아다 넣고

어항 속을 바라보며

물멍을 때리는 시간을 가져보니

뭔가 조금은 알겠다.

 

막힌,

한정된 공간 속에서도

다투지 아니하고

작은 무리를 지어 유영하는 작은 물고기 몇 마리.

모래를 훑기도 하고

바위 사이에서 숨바꼭질을 하기도 한다.

어항은 또 다른 세계이고

이 색다른 세계는

내가 사는 세계를 조명하기도 한다.

영업한다고 빨빨대며 다니기는 하지만

이 역시 한정된 테두리이고

만나야 할 사람.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과의 술래 잡이가 아니던가?

 

어항을 보면서 물멍을 때린다.

모래무지 한 마리.

돌마자 두 마리.

납자루 몇 마리.

참붕어 한 마리.

그리고 길쭉한 저 녀석들의 이름은 모르겠다.

처가인 충남 당진 여울에서

한 겨울에 미쳤다는 소리 들어가며

바지장화 신고 들어가 채집한 것인데

중고기 비슷하기도 하지만

뭔가 다르니 중고기는 아니고.

어항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통성명 트려해도

녀석들이 돌멩이 뒤로 숨으니 불통이다.

얘들아~

내가 너희를 강제로 연행해서 미안하다만

그래도 야생보다는

안전도에서는 오히려 여기가 나을 것.

봄 오면 베스들이 너희를 그냥 놓아둘 상 싶으냐?

그러니 우리 더불어 잘 사귀자.

맑은 물 자주 바꿔주고

밥도 제때 잘 넣어 줄 테니 말이다

.

나는

오늘도

어항에

눈을

붙이고

물멍을

때린다-

 

낚시꾼 이야기 고 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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