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 없이도-

 

모임을 끝내고 구내식당에서

나보다 너 댓살은 더 먹었을 여성분과 마주 앉았다.

물론 잘 아는 사이였고

그날 점심 식사는 쇠고기 듬뿍 들어간 미역국

어쩌다 같이 시작한 식사를

예의도 없이 내가 먼저 국밥 바닥을 치고 말았으니

▶나는 뜨거운 걸 잘 못 먹어!

속도가 나질 않아!

 

● 그러면 사랑의 진도는 어떻게 나가셨나요?

사랑은 뜨거운 거잖아요?

여차하면 부작용으로 화상도 입습니다.

뜨거운 사랑은 어찌 하셨냐는

그걸 말씀을 여쭙는 거예요.

그 뜨거움의 열매는 지금 자식이고요.

 

▶ ㅠㅠㅠ

그건 뜨겁지 않아도 되더라고 ㅠㅠㅠㅠ

 

■■■ 나 역시 뜨거운 국밥을 빨리 먹는 축에는 못 든다.

그렇다고 차가운 것도 후다닥 해치우는 편이 아니다

그럼 미지근한 것은? 훗훗훗 그건 빨리

그렇다고 사는 것마저 미지근하지는 않으니

그렇게 우려할 일은 아닐.

뜨거운 국밥 늦게 먹어도 된다.

그러나 사랑은 미지근하면 점점 식다가

사랑이 찬밥으로 변질되는 수도

 

2023년 7월 19일 망막 수술을 받고 이틀 후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