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구라를 쳐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나오는 산해진미가 있다.

단가가 나가는 한정식이

거기에 가까운 상황일 것이다.

어떤 것부터 달려들까?

눈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까지 눈 돌아가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는가?

그럼 아주 부유한 집안이거나

소식(小食) 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경우일거다.

 

오늘 점심

어느 상차림에도 부럽지 않는 만찬을 했다.

한강에 빽빽하게 앉은 오리떼 마냥

어느 녀석부터 해치울지

고민하는 수랏상이 아닌,

메인요리 하나에 주변음식 두어 가지.

이를테면 된장찌개에

두어 가지 찬과 윤기 흐르는 쌀밥 같은.

 

아내가 처가에 다녀오면서 풋고추를 따왔다.

그건 봉지에 담아서 파는 고추와는 전혀 다른

싱그러운 매력 뿜뿜 날리는 녀석이다.

된장에 찍어서 깨물면 아작하고 씹히는 식감.

그리고 뒤따라오는 알싸한 매움.

그러면 한 박자 늦춰야하는데

죽기 살기로 몇 개를 더 깨물어 대면.

입에서 이 난다.

물 한 모금 넣고

생 라면이라도 넣으면

바로 부글부글 끓을 것 같은 기세이다.

오늘 점심은 오로지 고추와 함께.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아야 하는데.

5월 볕에 부탁하며 고추를 심고,

점심 때 포동포동 살 오른 고추 몇 개 따서

된장에 밥 한 공기 뚝딱할 수 있는.

 

오늘은 고추 단품으로

쿠쿠 밥솥에 꽤나 있던 밥을 작살냈다.

어떤 요리도 부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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