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에서 맺은 의형제-

 

춘식▶상수야~어쩐 일? 오늘 일 안했어?

상수▶ 형님이 낚시하고 계신다 하여서 .

춘식▶ 날 생각했어? 고맙다. 근데 곧 비가 올 거야~

제주도는 쏟아 부었다던데~

바람 보이지? 비바람이야 얼른 집에 가~

상수▶ 그냥 형님 곁에 있을게요!

비 온다 하니까 아무도 안 오네요!

오늘 형님하고 나하고 이 저수지 통째로 전세 내죠.

춘식▶ 전세~으으으으~

우리 집주인은 작년부터 전세를 월세로 바꾸었잖아!

하여간 있는 것들이 더 해

상수▶ 그래도 형님은 부엌이라도 있잖아~

고시원은 겨우 몸뚱이만 꾸겨 넣고 산단 말이에요~

춘식▶ 그렇긴 하지. 요즘 일은?

상수▶ 일은 했는데 돈을 안줘요~매일 내일 준데요!

그래서 거기는 안가요! 사장이 양아치 치사 빤쓰야~

내 빤스는 누렇기만 하지. 치사하지는 않아요.

하긴 그래서 돈을 버나 봐요.

그래서 나는 고시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형! 그래도 나는 이렇게 사는 게 좋아요

춘식▶ 상수야~그래서 나도 낚시를 하는 거야!

상수▶ 그게 무슨?

춘식▶ 낚시는 말이야 공들인 만큼 붕어가 달려 나오잖아.

세상이 이래야 하는 거 아냐?!

상수▶ 형! 붕어에겐 우리가 양아치야~

떡밥 꼬신내로 꼬드겨서 훅~걸어내잖아~

그런데 왜 여자는 안 되는 거야?

떡밥 고소한 냄새가 손에 묻어 있는데.

춘식▶ 상수야! 너나 나나 행색을 생각해 봐!

이렇다 할 직업도 없지. 얼굴 시꺼먼스지!

영철이는 잘 생기라도 했지만 너나 나나 젠장!

그러니 여자한테 백날 떡밥 풀어도 헛일이야~

난 여자한테 맘 접은 지 오래다.

상수▶ 형! 말을 듣고 보니 얼른 고시원이나 졸업 해야겠어

아~생각할수록 열 받네! 치사 빤스 사장 나쁜시키~

형! 나쁜시키 하니까 넌센스 퀴즈 하나 낼께!

러시아에서 제일 불효자는 누구게?

춘식▶ 내가 러시아 사람을 어떻게 아냐?

상수▶ 지 애비 일러바쳐스키~

아 또 열 받네! 치사 빤스 사장스키~

춘식▶ 그냥 잊어! 살다보면 좋은 사람도 만나겠지!

상수▶ 형! 빗방울 떨어진다. 오늘은 그냥가자!

내가 뼈다귀 사줄게!

춘식▶ 오호~좋아! 끄트머리 그 집에 갈 거지?

뼈 해장국은 그 할머니가 여주 근방에서는 일인자다.

방송국에서 나왔는데 귀찮다고 가라 했다지.

이 나이에 돈 더 벌어서 뭣에 쓰냐 하면서.......

상수▶ 부럽다. 나도 할머니처럼 말해보고 싶다.

춘식▶ 무슨 말을?

상수▶ 돈 더 벌어서 어디에 쓰냐?

바닥에 깔린 돈도 숨을 못 쉬고 있다. 이렇게요

춘식▶ 하하하하하! 좋아! 좋아! 그럼 우리 한 번 같이 말해보자.

이 저수지에 아무도 없으니까!

하나 둘 셋 하면 말하기다. 박자 잘 맞춰라!

너 노래방에서 보니 박치더라~

상수▶ 형은 음치잖아. 그럼 우리 비긴 거네! 힛힛힛

춘식▶ 그럼. 우리 제일 큰 소리로

한 박자 쉬고 두 박자 쉬고 세 박자 들어간다.

춘식.상수▶ 돈 더 벌어서 어디에 쓰냐?

있는 돈 쓰는 것도 힘들다아~

상수▶ 형! 웃기다. 진짜 우리는 부자네.

뼈다귀 먹을 돈도 있잖아.

돈 있어도 아까워 부들부들 떠는 사람 은근 있거든요.

아~진짜 열 받네! 사장 시키! 치사 빤스

땟국물 질질 치사 빤스. 잘 먹고 잘 살아라.

형 얼른 접어!

오늘 날이 궂어서 일찍 문 닫을지도 몰라.

춘식▶ 그래! 얼른 가자!

날 개면 우리 오늘처럼 나란히 앉아 낚시하자!

큰 거 잡는 사람이 밥 사는 거야!

상수▶ 형! 작은 거 잡은 사람이 밥 사는 거 아니야?

내기에 지는 사람이 사는 거잖아?

춘식▶ 상수야! 그건 치사 빤스같은 놈들이나 하는 룰이고

그래도 나는 부엌이 있는 집에 살잖아!

상수▶ 이래서 난 형이 좋아

비 떨어진다....얼른 가자~

.

▶ 5월5일 많은 비가 예보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여주 교도소 근방에 있는 곳으로 낚시질을 갔다.

낚시는 갈 때가 제일 좋다.

“ 오늘 비 많이 온다고 했는데 그럼 밤에 어쩐다지?”

“ 어쩌긴 교도소 찾아가서 하룻밤 재워 달라하지”

“ 좋아! 그러자! 그런데 들어 갈 때는 그렇다 해도

나가는 건 우리 마음대로 안 될 텐데? ㅠㅠㅠ“

낚시는 그렇다. 예견대로 작은 파라솔 아래

몸을 꾸겨놓고 거지 중에서 상거지로 부들부들 떨면서,

말은 좋지. 이래야 추억으로 새겨진다 하면서.

5월 5일 여주 동네 작은 저수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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