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어 수컷이 올라 왔다.

저 자태에서

수놈이 가지고 있는 용맹함을 읽을 수 있지 않는가?

강인하게 보이는 턱과

절대로 밀리지 않을 맷집.

까무잡잡한 피부에서 느껴지는 전사(戰士)의 필사적 대항.

하지만 녀석도 결국

먹지도 못 할 가짜 미끼에 덤벼들다

뭍으로 끌려 나오고야 만 것이다.

속았고.

밀고 당기는 힘 싸움에 졌고

끝내 무릎을 꿇고야 말았다.

 

세상은 언제나 나보다 센 놈이 있고

그 반면 나보다 약한 놈이 있다.

나보다 공부를 잘 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내 점수 아래서 기회를 노리는 친구도 있다.

우리 동네에서 제일 싸게 판다는 주유소가 있고

다리 하나 건너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면

더 싸게 파는 주유소도 있다.

총 나간다,

칼 나간다, 어깨를 으쓱이며 살지만

더 잘 난 사람을 만나면

꼬리를 내려야 할 경우도 만난다.

 

저 수놈 산천어를 걸었을 때

당길 힘은 어떠했을까?

낚싯줄이 버티기 힘들다고 우는 소리를 내었을까?

낚시 경험이 오랜 이가 걸었을까?

남자친구와 처음 낚시를 온 그 녀가

어쩔 줄 몰라 하며 걸었을까?

산천어 낚시는 붕어낚시처럼 떡밥으로 잡지 않으니

꼭 타짜라고 하여 낚는 산천어가

절대적인 숫자로 우위에 있지는 않았다.

내 옆에서는 더운 나라 동남아에서 온 사람이

연거푸 두 마리를 올려

얼굴에 자리한 수심이

한 방에 날아가는 환희를 즐기기도 했다.

얼음낚시는 처음으로 해보았을 텐데,

나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때

그가 두 마리를 걸어

나에게는 좌절감만 주기도 했던 것이다.

살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비교이다.

하지 않을 내야 하지 않을 수 없는 습성.

눈에 보이니 어찌할까?

너보다는 내가 나야한다는 생각.

옆집이 차를 바꿨네?

그럼 나도 바꿔야지!

저 집보다 약간 더 높은 사양으로!

더더더더.

 

나는 아직 산천어 코빼기도 못 보고 있는데

옆에서는 큼지막한 산천어 수컷을 걸어 내었다.

~

우리 수컷 대 수컷으로

한 번 자웅을 겨루어 보자.

장소는 네가 정해라.

시간도 네가 정해라.

모든 선택권을 너에게 주겠다.

이렇게 좋은 조건을 접해본 적이 있느냐?

산천어에게서 회신이 왔다

 

오늘 정오 얼음판 아래 물속으로 오시오.

나는 혼자 갈 테니

당신은 여럿이와도 괜찮소.

물 깊이는 한 길은 넘을 것이요.

나는 당신 바로 발아래 물속에서 기다리겠소.

 

 

우리나라에서 제일 넓은 활주로를 가진 공항. 참된 경영과 관리로 지속적으로 상(償)을 받고 있는 공항. 이 정도면 아하~하지 않을까? 그 공항의 모처에 자바라 설치를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설치하는 자바라는 PVC소재 접이식이고 불투명이다. 하지만 이런 장소에서는 방염 자바라를 설치한다. 불(火)이 덤벼도 단박에 백기를 들고 항복하지 않도록 방염처리를 한 자바라를 시공한다. 버티는 한계까지는 애를 써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당신도 나도 살아가는 모습에서는 이러하지 않을까? 힘듦이 승냥이처럼 덤벼올 때 너무 쉽게 포기하는 상황은 만들지 않는다. 그러기에 당신이나 나나 이른 아침에 일어나고 일터로 나가고 사람을 만나서 애써 웃음 짓고 하는 거 아닌가? 아무리 얼굴이 삶의 거울이라지만 나 힘들다고오~얼굴에 짙은 그림자 머물게 한다면 누가 좋아라, 하겠는가? 그래서 오늘 나도 웃는 거다.

자바라는 임시 벽이다. 자바라는 상황에 따라 열린 벽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담장처럼 굳건한 경계를 만들기 위한 장벽이 아니다. 실내에서 그저 이곳은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공간입니다 구분을 지어주는 역할을 감당할 뿐 도적을 막기 위한 , 또 다른 은신처로 사용하고자 설치하는 벽은 아니다. 우리도 간혹 그 누군가의 관계에서 이런 마음의 벽 하나 쯤은 만들어 놓자. 마냥 좋아서 내 생활을 100% 오픈시키면 그게 오히려 약점으로 돌아 올 수도 있으니 적당히 닫았다가 적절하게 열기도하는 마음의 문 하나쯤은 만들어 놓자. 오늘은 자바라를 시공한다. 벽이라고 해야 하나? Door라고 해야 하나? 알아서 생각하기로.

독특하다. 이 관문을 통해야만 들어가는 건가? 다른 곳은 없는 건가? 좋다. 그렇다고 치고 일단 여기가 맞는지 들어가 보기로. 오늘 나는 묵직한 중량 랙 설치를 위해 왔다. 좀 그럴싸하게 말해 볼까?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여기가 오늘 현장이 맞나? 점점 목소리가 작아지네. 좀 전 로마의 장군 카이사르의 그 당당한 호언(豪言)은 어딜 가고? 일단 확인하고 맞으면 바로 중량랙 자재를 나르기로 한다.

 

중량랙을 시공하노라면 왜일까? 쥐뿔 이렇다하게 가진 것도 없는데 자꾸 당당해진다. 그건 온전히 중량랙의 그 듬직함에서 오는 영향이다. 무엇을 하고 있느냐? 무엇을 다루는 직업을 가졌는가?

그 직업에 삶을 쏟아 부으며 살다 보면 사람도 그렇게 변해간다. 금융권에서 오래 근무하면 빈틈없는 성격이 된다. 일원이라도 틀리면 안 되는 직업의 세계가 성격도 그렇게 굳혀간다.

 

기자로 삶을 쑤셔 넣었던 사람의 눈은 날카롭다. 왜냐하면 취재거리를 찾아야 하므로 사물이나 상황을 우리 같은 사람보다는 세밀하게 바라본다. 또 그래야 하는 거고. 직업의 세계에 관한 성격의 변화

오늘 나는 야무지기로 소문난 중량랙을 손에 잡았다. 힘겨루기에서 절대 꿀리지 않는 중량랙. 단지 그런 중량랙을 잡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당당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그 누군가에게 믿음직스럽지 않을까? 훗훗훗 그런 바람에서 하는 말일 뿐 우핫핫핫 우핫핫핫

오늘은 중량랙 작업을 한다.

오늘 나는 중량랙 작업을 한다.

중량랙 말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