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있던 40cm 어항 하나에 3개를 더 꾸몄다.

40cm어항 하나를 구매했고

뒤이어 60cm 중고 어항 추가 구매.

다시 잠실까지 가서 60cm중고 어항 하나 더 구매.

그래서 현재 사무실 벽체에

모두 4개의 어항을 깔았고

그 중 3개는 성업(盛業)?중이다.

모래를 깔고

양평 사는 지인의 동네 냇갈에서

자연미 뿜뿜 넘치는 돌멩이 몇 개 주워다

한 폭의 동양화처럼 꾸며보았다.

그러자 이런 거에 일도 관심이 없던 아내도

운치가 있다며 모처럼 내가 하는 일에 갈채를 보냈고

사무실 직원들도 보기 좋다고 했다.

 

어항을 들여다본다.

다시 어항 꾸민 건 참 잘한 일이다.

일에 골몰하는 사무실의 건건함에서

물고기들이 발랄한 움직임은

이 얼마나 명쾌한 일인가?

멍 때리는 대회가 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멍하니

마치 정신 나간 사람처럼 있는 상태를

누가 더 오래 유지하는가! 우열을 다루는 모임인데

그게 정신 건강에 그렇게 좋다 하지 않는가?

내가 체험하지 못해서 그런가? 했는데

어항을 만들고

개울에서 물고기 몇 마리 잡아다 넣고

어항 속을 바라보며

물멍을 때리는 시간을 가져보니

뭔가 조금은 알겠다.

 

막힌,

한정된 공간 속에서도

다투지 아니하고

작은 무리를 지어 유영하는 작은 물고기 몇 마리.

모래를 훑기도 하고

바위 사이에서 숨바꼭질을 하기도 한다.

어항은 또 다른 세계이고

이 색다른 세계는

내가 사는 세계를 조명하기도 한다.

영업한다고 빨빨대며 다니기는 하지만

이 역시 한정된 테두리이고

만나야 할 사람.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과의 술래 잡이가 아니던가?

 

어항을 보면서 물멍을 때린다.

모래무지 한 마리.

돌마자 두 마리.

납자루 몇 마리.

참붕어 한 마리.

그리고 길쭉한 저 녀석들의 이름은 모르겠다.

처가인 충남 당진 여울에서

한 겨울에 미쳤다는 소리 들어가며

바지장화 신고 들어가 채집한 것인데

중고기 비슷하기도 하지만

뭔가 다르니 중고기는 아니고.

어항에 얼굴을 바짝 붙이고

통성명 트려해도

녀석들이 돌멩이 뒤로 숨으니 불통이다.

얘들아~

내가 너희를 강제로 연행해서 미안하다만

그래도 야생보다는

안전도에서는 오히려 여기가 나을 것.

봄 오면 베스들이 너희를 그냥 놓아둘 상 싶으냐?

그러니 우리 더불어 잘 사귀자.

맑은 물 자주 바꿔주고

밥도 제때 잘 넣어 줄 테니 말이다

.

나는

오늘도

어항에

눈을

붙이고

물멍을

때린다-

 

낚시꾼 이야기 고 호순-

합판이 먼저 왔다. 수순이 바뀐 거다. 앵글 프래임이 먼저 오고 합판은 가장 나중인데...그걸 누가 모르냐고? 오늘 앵글선반 작업을 위한 경기 화성에 내려왔는데 일이 그렇게 된 거다. 그래도 성질내지 말아야한다.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지 않겠는가?

화성에 내려 왔다. 9층이다. 볼트 없이 조립하는 앵글을 가지고 왔다. 합판 3.5톤. 나머지는 쇳덩어리 앵글. 승강기가 있다 한 들 1층과 9층은 천지차이다. 오늘은 좀 각오를 해야겠다.

파렛트 랙 기둥을 뒤로 두고 앵글을 짠다. 짠다? 만든다로 말로 바꿀까? 시공한다? 제작한다? 같은 것을 표현하면서도 쓸 수 있는 말이 적지 않다. 흔해 빠진 사랑한다는 말? 좀 어리삥삥 들리지만 이렇게 말을 하면 어떨까? 내가 당신을 좋아합니다. 다시 사랑을 한다면 해보고 싶다 " 내가 당신을 좋아 합니다“

틀이 잡혔다. 모양이 괜찮지 않은가? 일반 볼트 죔 앵글과는 질이 다르다. 훗훗훗 앵글이 거기서 거기 아니야? 맞지! 특히 나 같은 사람은 그런 개념이 더하다. 흔히 말하는 명품도 내게는 그저 고가품(高價品)에 불과할 뿐. 사람 명품이 우선.

車로. 주거지로. 서는 동네로. 직위로 나를 우월하게 보이려하는 것은 절대 명품이 될 수 없겠다. 훗훗훗 내가 그리 내놓을만한 것이 없으니 빈정대는 것일까? 아무렇게나 생각을 해도 괜찮다. 어차피 내 이야기이니까.

볼트 없이 조립하는 앵글 프래임이 좀 늦게 왔다 했다. 먼저 사용하던 자재 30%. 신규자재 70% 구성으로 앵글조립을 하는데 신규가 늦게 오니 일단 가지고 온 예 자재를 먼저 조립에 사용했다.

원래 계획이라면 新자재를 앞에 사용하고 쓰던 자재는 뒤로 붙이는 운용의 묘를 살리려 하였지만 계획은 허사로 돌아간 거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좋게 보이는 것을 앞에 세우면 더 좋지 않겠는가? 속임수도 아니고 말이다. 사업은 정직이란 핸들로 운전한다. 그러면 돈을 못 번다? 어쩔 수 없다. 괜찮다. 그래도 밥은 먹고 살 테니까.

좀 더 서두르자. 정부장이 거칠게 숨을 쉬며 말을 하자 권과장도 답을 내었다 ▶더이상 어떻게 빨리 합니까? 지금도 발바닥에 땀나도록 달리고 있다고요! 달리는 말에 채찍은 옛말이고요. 현 시대에는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면 말 탄 주인 떨어트리고 도망간다고요" ㅠㅠㅠ

나 이제 돌아간다. 말(馬)에서 떨어진 거 아니다. 일이 끝난 거다. 회사에 도착하면 퇴근시간 약간 넘을 거다. 노동자의 쾌감을 아는가? 남녀 간의 성적 쾌감만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애써 일을 마치고 그 결과물을 보면 흐뭇함이 가슴을 채워진다. 나 이제 돌아간다. 앵글 작업 끝났다. 대한민국 만세이다.

떡잎부터 안다 말 들 하지.

그거 그저 시큰둥 흘려보내었는데

오늘에서야 떡잎에 관한 고찰을 끝내 본다.

혹시 당신은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듣고 자랐을까?

사랑하는 부모는 당신의 유년기를 보면서

무슨 말을 자주 들려주었는가?

" 빌어먹을 놈?"

"자는 입에 콩가루 떨어 놓을 놈?"

훗훗훗 그냥 웃자고 해본 말이니

"우씨" 역정 낼 필요는 없겠다.

 

갱년기에게 덤볐다가

KO패 당했던 나의 사춘기 시절.

정권을 단련한다고

아침에 애꿎은 감나무 100번 때리고,

저녁에 또 100번.

그러면서 피가 흘렀고

아물라 치면 또 벗겨지고

그렇게 피투성이 주먹으로 지내다

어느 때에서야 굳은살이 두툼하게 박이면서

오른 주먹은 흉물로 자리를 잡았다.

고3 때 이미 어른들도 내 손을 보면 멈칫거리게 되었다.

겁을 모르는 시절을 맞이했다.

그 때 나만 보면 외삼촌이 하는 말

"저 놈의 손모가지를 잘라버려야 해"

나의 장래를 걱정하는 삼촌의 시각에서는

그 때가 될성부른 나무의 떡잎이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 낚시라는 신세계를 만나

자연친화적으로 순화된 모범?의 삶을 살고 있고

옹졸한 취미의 범주라 말을 해도 어쩔 수 없겠다만

여가생활로는

낚시를 밀어 낼 다른 것을 찾지 않고 있다.

 

어린 아이가 얼음구멍으로 낚시를 넣었다.

진짜 꼬맹이다.

다섯 살 아래는 분명한다.

이 추운 겨울에 몰입하는 저 애송이를 보라.

머잖아 낚시의 대가가 되지 않을까?

어린 날부터 자연을 접하고 살았던 사람이

그릇된 길로 빠지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아이는 밖으로 나도는 순간

욕을 가장 먼저 익히는데

저 아이는 불손하게 성장하기는 이미 글러먹은 거다.

그런데 걱정이 된다.

지금 주변에는

어린이라는 명찰을 달고

숱한 사람들이 꽝을 치고 있는데

혹 저 깽비리가 산천어라도 걸게 된다면...

우리는 다 같이 이렇게 합창하여야 한다.

 

"깨갱!“

 

▶낚시꾼 이야기 고 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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