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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그리고 가을,

저 건너 야트막한 야산 아래

어머니 품처럼 포근한 저 자리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특히 이 근동 분들이 아예 터를 잡고

아지트로 활용하는 곳이어서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잠시 들렸다 가시는 분,

오늘은 일이 없다며 아침부터 앉아 있는 사람,

현장 일이 좀 이르게 마쳤다며 간식거리를 사오는 사람.

이렇게 저렇게 저 자리는

사람 발길이 항상 머무르니

붕어도 이제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던 것.

주고받는 경기도 사투리에 익숙하여진 붕어들은

이제 조용하면 오히려

입질이 끊기는 야릇한 증세를 보여 주었던 것이다.

 

지금은 겨울.

그래도 차들이 들어온다.

그 분들이다.

나 역시 곧잘 오다보니

음성만 들어도 대장이 오셨네.

지물포 사장도 왔네.

날일(일당) 다니는 그 친구도 왔네!

아마 저수지 붕어들도

동네 분들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

먹이 주는 사람 왔다~밥 먹으러 가자~

왜냐하면

저 건너 분들에게 낚시란

그냥 물가에 앉아서

친목을 도모하는 것으로 행복을 찾는 것이지

붕어 한 마리에 목숨을 거는

필사적 낚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 번은 포인트에서 좀 떨어진 상류에서

호랑이 포효하는 소리에 버금가는 괴성이 울렸다

 

▶왔다~어어 어어~크다아~빨리 와!

이건 뜰채를 대어야 할 것 같아~

진짜 크단 말이야,

 

하지만 이쪽에 있는 분들에게서 별 반응이 없었고

다행히 그 옆에 있던 분이

뜰채로 고기를 떠주는 것을 보았다.

고기를 안전하게 살림망에 넣는 것을 보고서야

이쪽에서 반응을 해준다.

 

● 지금 올린 붕어 엄청 커?

13cm? 아님 더 큰가? 15cm?

 

건너편에서 그 광경을 보던 나는 배꼽을 잡을 지경!

같은 말이면 낚시꾼으로 감정을 가지고

 

● 엄청 커? 사짜여?

아니면 월척?

 

이렇게 물어주면 얼마나 좋으련.

아마 크다고 소리 친 분도

나를 좀 봐 달라는 의미로 약간 뻐기며 외쳤을 텐데

고작 묻는 것이

 

● 엄청나게 커? 13cm?

 

그렇게 건너 저 자리는 웃음이 떠나지 않고

평화가 깃드는 자리인 것이다.

여기 저수지는 이분들로 인하여 밝아 졌고

희망이란 에너지가 넘치며

또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이 깨끗하여 졌던 것이다.

듣기로는 이 분들이 연합하기 이전 이 저수지 역시

다른 노지낚시처럼 몰지각한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했다.

나는 그런 사람을 낚시꾼이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는데

진정 물에서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은

오늘도 그렇지만 또 다른 날의 행복을 위하여

물가를 쓰레기로 훼손하는 행위 따위는

절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럴 바에야 동네차원에서

물(水)보호를 위해 일정 사용료를

받아 관리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이건 결국 우리 몫이 아니겠는가?

 

오늘도 저 건너 우묵한 곳에는

따뜻한 볕과

온순한 사람과

포근한 생각이 오고 간다.

나는 그 건너 편 경사진 제방에서

올지 또는 오지 않을지

알 수 없는 붕어를 기다리며 머나 먼 꿈을 꾼다

― 낚시꾼 이야기 고 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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