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싸하게 내리던 비가 안개비로 바뀔 무렵

올림픽공원이라도 돌고 와야겠다는 생각에

집을 나서 동문으로 진입하여

공원을 크게 돌아 다시 돌아오면

8000보는 족히 넘을 것이다.

그러면 사무실에서 짬짬이 돌아다닌

걸음걸이가 2000보는 될 것이라 생각하면

이로서 하루 만보는 턱걸이 채움이 되지 않을까?

 

좀 더 빠르게

그리고 좀 더 넓게

올림픽 공원을 크게 돌고 북문으로 나와

8차선은 족히 넘을 횡단보도를 건너

성내동으로 진입하는 2차선 JYP 사옥 앞에 왔을 때

도로에 나뒹구는 신발 한 쪽을 보았고

이내 짝이 맞는 하나도 보게 되었다.

멀쩡했다.

신을 신고 이내 돌아다녀도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신발 한 켤레.

얘는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만취된 그 누군가가 만사가 귀찮아

다 벗어 버리고 가버린 걸까?

 

가는 비(細雨)가 여전히 내리는 늦은 9시 즈음.

그냥 기분이 짠하다.

당신이나 나나 우리는 모두 관계 속에서 산다.

그러니 만남이라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인생의 한 부분인가?

아니 어쩌면 삶의 모든 것이

만남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니 좋은 사람이란 명제 앞에서

우선적으로

내가 그에게 좋은 관계로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우리 엄마들 흔히 하는 말

 

" 우리 아들은 착한데

나쁜 친구들을 만나서 이렇게 되었어요."

 

그건 내 아들이라는 시각에서 이야기이고

사실 내 아들도 대부분 착한 관계로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슬비가 돌아다니는 겨울 밤.

행인 흔치 않은 2월의 밤.

길가에 나뒹구는 신발을 뒤로 하고

다시 집으로 향하며

나의 발을 감싸고 있는 운동화를 본다.

수고한다.

네가 있어서 올림픽 공원 크게 한 번 돌았다.

 

▶2024년 2월 21일 낚시꾼 이야기 고 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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