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가 활짝 피어나던 올 봄이었어요! 그 날 우리는 서울에서 조금 벗어나 외진 어느 마을 물류창고로 시공을 나갔던 겁니다. 이제 그 회사로 다시 가요! 행거를 이전해야 한답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준비하고 가려합니다.

 

다시 와서 보니 그 날이 생각납니다. 진달래 피던 봄날이 아니었어요. 아마 여름이었을. 일을 하면서 몸이 늘어졌던 것을 몸이 먼저 기억을 하네요. 습했고 목이 말랐으며 잠을 좀 잤으면 했던 날이었어요.

 

하지만 행거 이전을 위하여 다시 찾은 오늘은 적당히 쌀쌀해서 일 하기에는 딱 인 날입니다. 나는 노동으로 먹고 삽니다. 그러니 어지간한 기준은 일에 맞춰집니다. 북풍한설 몰아치는 날엔 현장이 실내였으면 좋겠어.....송풍기에서 훈풍이 밀려 나오는 실내였으면 참 좋겠어...

 

그러다가 정신을 바짝 차리면서 그건 배부른 소리라고 판단을 내리고 다시 초심으로 나를 몰아세웁니다. "니가 처음 이 작업의 세계로 진입했을 때를 생각해 봐! 조건? 환경? 그냥 일만 많았으면 좋다 했잖아! 그거 잊으면 안 된단 말이지"

 

그 때는 해가 길었습니다. 맞죠! 그러니까 여름이 맞죠! 하지만 오늘은 해가 짧습니다. 그러니까 쓸 시간이 그리 많지가 않아요! 이건 좀 더 넓은 의미로 인생에 빗대어 이야기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승구리당당 승당당 팔랑거리며 다닐 땐 가야 할 길이 까마득하게 보였지만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그게 갈 길이 걸어 온 길보단 짧더란 말입니다.

 

벌써 말입니다. 이 건물을 나가면 어둠일거에요. 일에 열중하느라 소변이 요도를 밀고 내려오는 줄도 몰랐어요! 그렇다고 싼 건 아니고요! 소변이 마렵다는 것을 좀 더 우아하게 표현한 것을 말입니다. 김 완선의 노래 한 곡 뽑아 볼까 합니다. 곡명은 "토요일은 밤이 좋아" ...윽~김완선이 아니고 김 종찬이 불렀네요~오늘은 토요일...

 

 

좀 산다는 동네. 외제차가 숱하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경제적 도회지. 청담동.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수정하려 합니다. 외제차가 많다는 것으로 富를 표하려는 것을. 현장으로 오르니 방 구조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美의 관점으로 볼 때는 뛰어나고 창의적이지만 오늘 행거 작업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못생긴 방입니다. 일 하기가 지랄?같은 구조입니다. 아~교양 있게 말을 해야 하는데 오늘도 함부로 말을 해대었네요! 하지만 말입니다. 저를 만나서 대화를 해보시면 그리 막나가는 사람은 아닙니다. 나름 나보다 상대를 더 존중하는 측면이 코딱지만큼은 있단 말입니다...코딱지?....으으으으~죄송

 

자! 그럼 못생긴 방에서 잘생긴 사람이ㅋㅋ 한 번 일을 해 봅시다. 어디보자~흠흠흠! 이제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오늘 작업 내용을 아시겠죠? 알게 모르게 당신은 나의 반복적 학습에 교육이 된 겁니다. 그리고 사실 그렇습니다. 당신이나 내가 무의식중에 행하고 있다는 것의 많은 것은 반복에 의한 것이라고...

 

못생긴? 방에 잘 생긴 사람이 행거를 제작합니다. 각지고 모난 방에 잘 생긴 사람이 반듯하게 행거를 세웁니다. 비탈진 천장 아래로 잘 생긴 사람이 수평이 조화로운 행거를 세웁니다. "여보세욧! 제발 그 잘생김이라는 단어는 좀 빼시죠? 내가 당신을 좀 알거든요~여차하면 당신 얼굴 오픈합니다! " " 아! 네.....ㅠㅠㅠㅠ 나를 아시는군요"

 

그래서 지금부터는 잘생긴 사람이 일 한다는 말은 삭제입니다. 앞에 이야기는 없었던 것으로 하고 처음부터 하는 모양새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모나고 각진 방에서 괜찮은 사람이 행거 작업을 합니다.

 

생긴 환경을 탓하지 않고 부모가 나에게 해 준 것이 뭐 있냐고 불평하지 않고 일 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와 일감을 주신 것에 대하여 감사를 하며 괜찮게 생긴 사람이 행거 작업을 합니다. " 여보세욧? 자꾸 그러면 정말 당신 얼굴 공개한다. 제발 인생 부풀리지 말고 살라고오~ 풍선도 너무 불면 뻥하고 터지는 거 알G?“

 

오늘은 강남구 청담동에서 옷걸이 작업을 합니다. 흔히 행거라고 부르는 그 작업 말입니다. 일반 가정용이 아닙니다. 오리널 창고용 매장 용으로 야무지기로 말하면 적수가 없는 존재. 행거 기능과 튼튼하기로만 놓고 본다면 천상천하유아독존 되시겠습니다. 그 행거를 인물이 그런대로 쓸 만한 사람이 작업을 합니다. ㅎㅎㅎ. 얼른 도망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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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 시장에 줄을 서는 가게가 생겼다.

일시적 개업효과인지

아니면 한 번 드셔본 분의 입소문에 의한 것인지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고

아무튼 그 가게는 만원 족발집이다.

한 팩에 만원.

지갑 열기 딱 좋은 금액이다.

사실 3만 원대를 훌쩍 넘긴 족발을 사서는

한 끼 맛나게 먹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결국 버리기 일쑤였던 것이다.

 

퇴근하면서 족발을 사려고

늘어진 그 줄에 살짝 합류하여

한 팩 사서는 맛난 저녁을 생각하며

집으로 향하는 걸음에 박차를 가해본다.

그리고 그날 저녁

아내가 상을 차리고 식사를 하자며

먼저 젓가락을 들었다.

족발도 몇 점 들었다.

가격 대비 괜찮다는 평가도 내어 놓는다.

가성비가 좋다며

고기 아래를 들쳐보더니 뼈다귀도 없네! 한다.

 

보통 족발은 푸짐하여 보여도

굵은 뼈 위에 살점을 얹힌 것이라

어쩌면 생각보다는 실속이 없을 수 있는데

이건 오로지 고기만 포장했다며

살짝 얼굴에 미소까지.

진짜 만원 족발이 괜찮은가 보다.

나하고는 아무런 관계도 아닌 냥

눈길조차 주지 않고 족발을 해치운다.

시간이 좀 지났다.

문득 내 생각이 났는지

입안에 가득한 족발을 씹어대느라

약간 어눌한 발음으로 왜 밥을 안 먹냐고 물어 왔다

 

" 밥을 줘야지! 당신 밥만 펐네?

아무리 삼식이라 하지만

그래도 내가 당신 남편인데

족발한테만 눈길을 주고

이제는 족발한테도 밀리는 건가?

사람이 그러는 거 아니지!"

 

아내는 섬뜩 놀라는 체 하며

내가 밥을 안줬냐고 묻는다.

이제 연기도 물이 올라 프로급에 도달했다.

어쩌면 숨은 연기의 고수일지도 모르겠다.

국민배우 고두심보다 더 연기를 잘 할 수도.

아내가 일어서더니 밥을 퍼 식탁에 올렸다.

젓가락을 들어 한 번에 족발 두 점을 집어 들었다.

원래는 세 점을 집으려 했는데

그 놈의 반질거리는 기름기에 한 점은 흘린 것이다.

족발을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젠장! 그래도 족발은 잘 삶았어! 고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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