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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 시장에 줄을 서는 가게가 생겼다.

일시적 개업효과인지

아니면 한 번 드셔본 분의 입소문에 의한 것인지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고

아무튼 그 가게는 만원 족발집이다.

한 팩에 만원.

지갑 열기 딱 좋은 금액이다.

사실 3만 원대를 훌쩍 넘긴 족발을 사서는

한 끼 맛나게 먹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결국 버리기 일쑤였던 것이다.

 

퇴근하면서 족발을 사려고

늘어진 그 줄에 살짝 합류하여

한 팩 사서는 맛난 저녁을 생각하며

집으로 향하는 걸음에 박차를 가해본다.

그리고 그날 저녁

아내가 상을 차리고 식사를 하자며

먼저 젓가락을 들었다.

족발도 몇 점 들었다.

가격 대비 괜찮다는 평가도 내어 놓는다.

가성비가 좋다며

고기 아래를 들쳐보더니 뼈다귀도 없네! 한다.

 

보통 족발은 푸짐하여 보여도

굵은 뼈 위에 살점을 얹힌 것이라

어쩌면 생각보다는 실속이 없을 수 있는데

이건 오로지 고기만 포장했다며

살짝 얼굴에 미소까지.

진짜 만원 족발이 괜찮은가 보다.

나하고는 아무런 관계도 아닌 냥

눈길조차 주지 않고 족발을 해치운다.

시간이 좀 지났다.

문득 내 생각이 났는지

입안에 가득한 족발을 씹어대느라

약간 어눌한 발음으로 왜 밥을 안 먹냐고 물어 왔다

 

" 밥을 줘야지! 당신 밥만 펐네?

아무리 삼식이라 하지만

그래도 내가 당신 남편인데

족발한테만 눈길을 주고

이제는 족발한테도 밀리는 건가?

사람이 그러는 거 아니지!"

 

아내는 섬뜩 놀라는 체 하며

내가 밥을 안줬냐고 묻는다.

이제 연기도 물이 올라 프로급에 도달했다.

어쩌면 숨은 연기의 고수일지도 모르겠다.

국민배우 고두심보다 더 연기를 잘 할 수도.

아내가 일어서더니 밥을 퍼 식탁에 올렸다.

젓가락을 들어 한 번에 족발 두 점을 집어 들었다.

원래는 세 점을 집으려 했는데

그 놈의 반질거리는 기름기에 한 점은 흘린 것이다.

족발을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젠장! 그래도 족발은 잘 삶았어! 고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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