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이 한 그룹을 이루는 모임에서

모든 회원이 서명 또는 도장을 사용해야 할 일이 있었다.

가능하면 도장 지참을 원했던 날.

같은 내용의 서류를 한 장씩 받아 들고

그것을 대표가 내용을 읽어 나갔고

그 지면의 끝에는

각자의 이름이 들어간 칸에 도장을 사용하여

"쿡" 찍게 되어 있었으니.

"구국동지회 !"

훗훗훗 아니고요!

무슨 내가 그리 큰 그릇이..

능력미달.... 할 수도 없고....

물론 나라 사랑하는 마음만 따진다면

그건 합격선을 넘을 것이지만

아무튼 같은 내용이 기록된 8장의 서류에

각자 지참한 도장을 누르는데

회원들이 유독 나를 바라본다.

What?

얼른 사태파악 하자.

Why?

그들의 시선은 어디에?

회원들의 눈은 내가 아니라

바로 내 오른 손에 쥐어있는 도장이었다.

그러고 보니 다른 분들의 도장은 얼마나 세련되고 깔끔한지!

거기에 비해서 내 도장은

볼품없을 뿐 아니라 싼티 풀풀 날리고 있으니.

생각을 해본다.

흔히 막도장이라 부르는 이 녀석이

내 곁에 붙어 있은 지 얼마나 되었을까?

그 때 어떤 이유로 막도장을 파게 되었을까?

그리고 요즘에도

이런 도장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할까?

이런 생각에 나를 집어넣고 있을 때

맞은편에 앉아 있던 친구가 내게 말을 던졌다

 

" 지금까지 본 중에 가장 완벽한 도장.

누가 저 도장을 위조할 수 있겠는가!

약간 허물어진 듯 하면서도 살아 있는 글씨.

희미하게 보이는가 하면

누구나 알아보는 한글 이름.

절대 그 도장은 절대 날조할 수 없다.

명품 중에 명품 인증"

 

절대 조롱하는 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나를 보증하는 도장.

내가 인정한다는 뜻을 공표하는 도장.

어쩌면 겉모양새가 나를 빼다 박았는지.

숫되고 어리어리 하지만

내 이름 석 자에는 책임을 지는 삶.

다른 사람이 절대 내가 될 수 없듯이

아무리 반짝거려도 너를 대신할 도장은 없다.

모임을 끝내면서 끝에 묻은 인주를 닦아 내고

화장지로 감싸서 가방에 넣으며

지금까지 살아 온 내 이름 석 자를 생각해본다.

그리고 또 살아 갈 내 이름 석 자도 생각해본다.

 

책임을 져야하는 그림을 그려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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