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한달 여 앞선 10월 중순. 아내의 친구들과 더불어 처가로 내려갔습니다. 장모님도 뵐 겸 가을 나들이도 겸해서.....사실은 냇가에서 낚싯대 드리우고 싶어서. 이거 아내가 알면 "그렇지! 무슨! 당신이 장모님을 그리 생각한다고 그렇지 뭐!" 할 텐데.

 

 

냇가를 가로 지르는 작은 브릿지에서 바라본 처가 앞 여울입니다. 아니 수로라고 하는 표현이 더 옳을 것도 같습니다만 1년 내내 낚시꾼이 스며들지 않는 그저 동네 개천입니다

 

오래 전 처가에 갔을 때 혹시 하는 마음으로 낚시를 해보고 화들짝 놀라 그 다음 주 동료를 데리고 다시 찾기도 했던 곳입니다. 물론 그 때에 비해 지형이 많이 바뀌었어요.

 

 

그 때는 개울 옆에 웅덩이가 서넛 있었는데 땅 아래로 관로가 있어서 여울과 물웅덩이는 통해있었습니다. 떨어져 있는 듯 붙어 있고, 시큰 둥 한 거 같으면서도 같은 이불을 덮고 사는 부부처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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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별거 있겠어? 하고 2칸 대 낚시 하나에 지렁이 한 통 들고 똘래똘래 웅덩이로 향했죠. 그리고 모서리에 앉아 느긋한 마음으로 낚시를 하니 손가락 정도의 붕어만 지렁이를 물고 늘어 졌습니다.

 

 

그래도 아시죠? 낚시는 찌 맛이 있다는 거! 그리고 낚시는 그 상황에서 만족함을 찾는 것이 행복 지름길이라는 거. 잔챙이가 나오면 잔챙이 낚시로 만족하고 대물이라 부르는 큰 놈이 나오면 이보다 더 큰 희열에 나를 놓아두고

 

그리고 해가 졌죠! 별 기대감없이 3mm막대 케미를 꺾었습니다. 어둠이 스며들자 잔챙이 붕어도 먹이 질을 끊고 2칸 대 낚시의 찌는 수면에서 외로이 케미의 빛만 발하고 있었습니다. 끝이 났나보다 낚시야 2칸대 한 대 폈으니 접는 것은 일도 아니지. 접을까?

 

 

그 때 찌가 45도 기울기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을 했습니다. 뭐지? 하고 낚시를 드는 순간 드물게 맞이하는 강렬한 저항에 여차하면 낚싯대를 놓칠 뻔. 뭐지? 아무도 없는 어둠 속에 작은 웅덩이에서 이게 뭐지? 겨울 제압하여 뭍으로 끌어낸 건 50cm가 넘는 메기였습니다. 지금도 눈에 선하네요 입가에 굵고 하얀 수염.

 

그 날 조황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큼지막한 자라 세 마리. 붕어는 잔챙이니 숫자에서 제외시키고 메기 무식하게 찌가 빨려드는 족족. 그 다음 날 메기는 숯불에 구워 먹고...그리고 그 해가 지나고 웅덩이는 메워지고 그렇게 잊혀져가는 기억 속의 추억으로만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웅덩이에게 물과 메기를 공급하던 작은 여울에 오늘은 그냥 와 봅니다. 그 때처럼 2칸대 낚시 하나만 달랑 들고. 받침대도 안가지고 왔어요. 고저~지렁이 한통과 혹 붕어가 잡혀주면 넣어둘 물 조리개

 

 

이번에는 지난 번 실패를 딛기 위해서 지렁이를 구매하면서 내용을 확인하여 보았습니다. 9월에도 처가에 오면서 잠깐 낚시를 할 요량으로 지렁이 한 통을 사왔는데 PVC뚜껑을 여는 순간 지렁이가 다 삭아서 짓물러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낚시 펴보기도 전에 발길을 돌렸으니 그 허탄함이란....억울해서 엉엉엉~ 겨우 시간 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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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칸대 한 대 달랑 들고 가장 조심하여 걷는 도둑 발걸음으로 여울가로 접근하여 낚싯대 펴고 지렁이 달아 물살이 쉬어가는 모퉁이에다 가볍게 던져 넣습니다. 2칸 대이니 가지고 놀기 딱 좋은 사이즈입니다. 포인트 보세요. 기가 막히죠.

 

 

 

넣자마자 입질이 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일?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합니다. 그리고 이내 찌가 둥둥둥 떠오르기 시작을 합니다. 낚싯대야 들고 서 있으니 잡아채는 빠르기로 말하자면 황야의 최고 총잡이 크린트이스트우드 에게도 지지 않을...휘릭~푱! 뭐얏? 블루길이 있었어?

 

 

또 블루길이 내 가슴 방향으로 날아듭니다. 물고기가 날개가 있나? 훗훗훗 그게 아니고 챔질하는 힘의 세기에 비하여 버티는 힘이 약하니 뿅하고 날아 올 수밖에요. 그래도 재밋습니다. 짧은 낚시 한 대 붙들고 입질을 본다는 것이

 

그런 거 있죠! 친구가 여자 친구 소개해준다 하여 별 기대감 없이 나갔는데 이게 뭔 일이냐? 딱 내 스타일 여성이 앉아 있네! 아이쿠 이럴 줄 알았으면 옷이라도 좀 있어보이게 입고 올 girl~ 오늘이 그런 날입니다. 지렁이가 부족할 게 뻔합니다. 지렁이가 가라앉기도 전에 찌가 춤을 춥니다. 오늘은 블루길과 놀다 가야겠습니다.

 

지렁이를 세 마리 꿰서 던져 봅니다. 블루길과 놀면서도 붕어에 관한 미련을 버릴 수없는 것이 낚시꾼의 본심. 또 입질이 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찌가 뜨는 것이 무겁네요! 혹시 붕어? 에이~설마

찌 밑퉁이까지 들어 올립니다. 이정도면 여기 종목 인상. 용상 세계 신기록도 가능합니다. 좀 더 더더더더 그렇지~지금이닷~나이스 "턱" 걸었습니다. 모처럼 느껴보는 중량감입니다. 어랍숑? 이젠 째기까지~찌를 달고 달음박질하는 녀석! 붕어 100%입니다

 

 

붕어 맞습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지렁이 세 마리 꿰었더니 붕어가 얼씨구나! 받아 먹었습니다. 얌마! 그래도 조심은 했어야지. 내가 띨빵하게 보여도 별명이 붕어 저격수거든! 너희는 촌에 살아서 소문을 듣지 못했나보다.

 

 

준수한 외모. 조각 같은 체형 그러니 내가 너한테 빠질 수밖에. 도대체 나는 언제부터 너에게 마음이 가 있었던 것일까? 너를 지나치게 생각해서 아내의 시샘으로 한동안 너를 잊어보려 애를 썼다. 가지고 있던 낚싯대를 다 버리기도 했다. 친구들은 알고 있다 내게 있어 낚싯대란 어떤 존재인지. 골프를 배워라. 탁구를 치자. 자전거 괜찮아 꼬드겨도 나는 너를 빼놓고 다른 것에 마음 일도 주지 않았었다. 미련한 거지. 답답한 거야! 곁에서 보는 사람들의 시각에 난.

 

 

또 다시 찌가 솟습니다. 설마 또? 물론 아침보단 상황이 좋아진 건 맞습니다. 비 오고 바람 불다 이제 볕이 수면에 붙었거든요! 물이 살짝 데펴졌어요! 가슴이 벌렁거립니다. 이 표현 밖에 못하겠어요. 가슴이 벌렁벌렁. 하나. 둘. 셋~ "턱" 붕어 맞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내 시선을 강탈하는 내 사랑 붕어!.......붕어 저격수라며? 그거 일그러진 사랑 아녀? ㅠㅠㅠ괜히 붕어 저격수 운운해서리~

 

자리를 좀 이동했습니다. 여긴 논으로 물을 대는 지하 관로 앞 석축 위 입니다. 분명 땅 아래 관수로 안에 붕어가 숨어 있을 텐데 그 안에 녀석들을 빼낼 수는 없고 그래서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살며시 지렁이를 넣어 봅니다. 얼마 후 찌가 꼼지락 거립니다. 다시 희열이 들어옵니다. 낚시는 그래서 희망입니다. 얼굴이 석탄처럼 검어져도 낚시를 놓지 못하는 이유. 기대감. 영감. 땡감. 감 중에서 가장 좋은 감 “기대감”

 

 

으왁? 월척입니다. 31cm이나 32Cm 내가 뭐라 했습니까? 낚시는 희열이고 낚시는 희망이라고 했지 않습니까? 낚시는 기대감이라 했지 않습니까? 혼자 보기 아깝습니다. 저 두터운 비늘보세요! 시련을 딛고 일어선 붕어. 어느 때는 내가 붕어에게 삶을 배운다면 믿으시겠어요? 바보.

 

 

 

때마침 아내와 친구들이 점심 먹으라고 데리러 왔습니다. 나는 다리 아래 있고 그녀들은 다리 위에 있고 그녀들의 시선에서 나는 아랫것이고 나의 시선에 그녀들은 모셔야 할 상전입니다. 오~불쌍한 사내여! 오~가련한 남자여~ 삼시 세끼 밥 달라 하지 말길. 나는 아랫것. 그녀는 상전. 이제 밥은 내가 차려서 먹어야 하리. 그래도 할 말은 해 봅니다 " 위에서 붕어 잡은 포즈 한 컷 찍어 줘" ㅠㅠㅠ 이러다 진짜 찍힐라~ 찍히면? 죽는다.

 

 

처가에서 들고 온 물조리개 안에 붕어들이 제법 들었습니다. 시골에선 이런 것이 제일 편합니다. 살림망에 비린내 안 묻혀도 되고요! 몇 마리 안 되면 다시 풀어주기도 쉽고요. 하지만 오늘은 쏠쏠하니 붕어조림 충분할 것 같습니다. 오늘 같이 온 아내의 친구 분 중 남편이 유독 매운탕에 목숨 거는 분이 있습니다 . 기쁘네요! 누군가에게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어서 말입니다

 

 

두 칸대 한 대로 받침대도 없이 그냥 서서 올린 조황입니다. 블루길 빼 낸 것만 20여수에다 붕어가 이정도니 얼마나 유쾌한 반나절을 보냈겠어요! 유쾌. 상쾌. 통쾌입니다. 돌아서면 그리운 것이 연인 사이라면 돌아서면 다시 가고픈 건 낚시입니다.

 

 

예전에 뻑하던 이야기 중에 이왕 줄 거면 홀딱 벗고 줘라! 라는 말이 있습니다. 19금 이야기? 는 아닐 테고 쪼잔 하게 굴지 말고 화통하게 일 처리하자 라는 뜻으로도 쓰였습니다. 물론 생각이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에 따라 해석은 다를 테고요. 서울 올라가서 붕어 그냥 드리면 집에서 비린내 풀풀 풍길 테니 이왕 주는 거 홀딱 벗겨 주자. 아예 배따서 깨끗하게 손질하여 집에 가면 바로 조리가 가능하도록 말입니다. 참 명쾌한 날이었죠! 그리고 처가에서 올라온 지 며칠 후 코로나 감염되어 ㅎㅎㅎㅎ 끙끙 핫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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