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판이 먼저 왔다. 수순이 바뀐 거다. 앵글 프래임이 먼저 오고 합판은 가장 나중인데...그걸 누가 모르냐고? 오늘 앵글선반 작업을 위한 경기 화성에 내려왔는데 일이 그렇게 된 거다. 그래도 성질내지 말아야한다.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지 않겠는가?

화성에 내려 왔다. 9층이다. 볼트 없이 조립하는 앵글을 가지고 왔다. 합판 3.5톤. 나머지는 쇳덩어리 앵글. 승강기가 있다 한 들 1층과 9층은 천지차이다. 오늘은 좀 각오를 해야겠다.

파렛트 랙 기둥을 뒤로 두고 앵글을 짠다. 짠다? 만든다로 말로 바꿀까? 시공한다? 제작한다? 같은 것을 표현하면서도 쓸 수 있는 말이 적지 않다. 흔해 빠진 사랑한다는 말? 좀 어리삥삥 들리지만 이렇게 말을 하면 어떨까? 내가 당신을 좋아합니다. 다시 사랑을 한다면 해보고 싶다 " 내가 당신을 좋아 합니다“

틀이 잡혔다. 모양이 괜찮지 않은가? 일반 볼트 죔 앵글과는 질이 다르다. 훗훗훗 앵글이 거기서 거기 아니야? 맞지! 특히 나 같은 사람은 그런 개념이 더하다. 흔히 말하는 명품도 내게는 그저 고가품(高價品)에 불과할 뿐. 사람 명품이 우선.

車로. 주거지로. 서는 동네로. 직위로 나를 우월하게 보이려하는 것은 절대 명품이 될 수 없겠다. 훗훗훗 내가 그리 내놓을만한 것이 없으니 빈정대는 것일까? 아무렇게나 생각을 해도 괜찮다. 어차피 내 이야기이니까.

볼트 없이 조립하는 앵글 프래임이 좀 늦게 왔다 했다. 먼저 사용하던 자재 30%. 신규자재 70% 구성으로 앵글조립을 하는데 신규가 늦게 오니 일단 가지고 온 예 자재를 먼저 조립에 사용했다.

원래 계획이라면 新자재를 앞에 사용하고 쓰던 자재는 뒤로 붙이는 운용의 묘를 살리려 하였지만 계획은 허사로 돌아간 거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좋게 보이는 것을 앞에 세우면 더 좋지 않겠는가? 속임수도 아니고 말이다. 사업은 정직이란 핸들로 운전한다. 그러면 돈을 못 번다? 어쩔 수 없다. 괜찮다. 그래도 밥은 먹고 살 테니까.

좀 더 서두르자. 정부장이 거칠게 숨을 쉬며 말을 하자 권과장도 답을 내었다 ▶더이상 어떻게 빨리 합니까? 지금도 발바닥에 땀나도록 달리고 있다고요! 달리는 말에 채찍은 옛말이고요. 현 시대에는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면 말 탄 주인 떨어트리고 도망간다고요" ㅠㅠㅠ

나 이제 돌아간다. 말(馬)에서 떨어진 거 아니다. 일이 끝난 거다. 회사에 도착하면 퇴근시간 약간 넘을 거다. 노동자의 쾌감을 아는가? 남녀 간의 성적 쾌감만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애써 일을 마치고 그 결과물을 보면 흐뭇함이 가슴을 채워진다. 나 이제 돌아간다. 앵글 작업 끝났다. 대한민국 만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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