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슬며시 부르더니
후미진 곳으로 데려가시는 지인.
아이고, 무셔라~
외진 곳에 세워둔 차
트렁크를 연다.
아이고, 더 무셔라~
야구 방망이라도 꺼내시려나?
무얼 하나 꺼내는 액션
어젯밤 아내가 절여 놓았던 깻잎에
양념을 올리는 것을 보고
내 것도 한 박스? 챙겼다며 슬쩍 건네어준다.
나는 그 분 아내의 솜씨를 잘 알고 있다.
양평 자그마한 산 능선에
그리 볼품없는 집(다른 집과 견주면)에 살면서
채소와 꽃을 가꾸며 사는 그 분의 손은 유독 크다.
자신들이 먹는 것보다
주변 사람에게 전해주는 것이 더 많은 밭의 소산물들.
말이 쉽지.
잘 되었네.
오늘 말 나온 김에 당신의 하루를 생각하여보자고.
가족을 위한 당신의 헌신을 모르는바 아니다.
한 가족의 구성원이고
그리고 리더로서 당신의 충실함을
당신을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
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조명하여보면
당신의 애씀은
자신과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훗훗훗 탓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내게 깻잎을 보내주신
이 분들의 삶에는 못 미친다는 것을 말하려 함이다.
밭의 소산물로 빗대어 말하니 확~와 닿지 아니하여
도시인으로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나와 당신의 기준에서 말을 한다면
받는 월급의 적잖은 금액을
나와 내 가족 뿐 아니라
다른 분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쯥! 물론 나 역시 당신과 별반 다르지 않게 살기에
이 깻잎을 앞두고 감사를 드리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일단 밥을 한 그릇 펐다.
그리고 깻잎 하나만 상에 올렸다.
숟가락에 밥을 뜨고 깻잎 두 장을 올렸다.
턱관절 운동을 한다.
왜냐하면 숟가락에 밥이 ...
밥이....
소식하는 사람의 한 끼 양이니
이거 한 입에 때려 넣으려면
하마 턱은 되어야 하기에
어설피 입 벌리다간 턱관절 엇나갈 수도 있고 하여 말이다.
자~들어가신다.
오호~이 깻잎향.
쓰윽~
부드럽네.
어떻게 깻잎을...
도대체 깻잎에게 무슨 일이 있었단 말인가?
감사를 표할 수 있어야 사람됨.
사람으로서 사람됨.
사람으로서 짐승 됨이 되면 아니 되잖겠는가?
깻잎을 사진에 남기고 글을 붙인다.
" 아껴서 먹습니다."
긴 말을 붙이지 않아도......
고맙습니다를 느낄 수 있게.
오늘 아침.
계란 프라이 하나와
깻잎만으로 행복한 한 끼를 즐기는 그 원천에는
그 분의 나눠줌이 있다.
그 분의 깻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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