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작년이라 해야 하네요.

올 해라고 부르는 2023년 1월 2일 월요일.

여전히 서슬 시퍼렇게 날을 세운 북쪽 바람이

외부 행동에 브레이크를 거는 날입니다.

추우니 실내에서 사부작거리고 싶은 하루.

책상에 놓인 과자를 봅니다.

작년 가을 지인에게 선물로 받은 유과입니다.

나보다는 아내가 좋아하는 과자이고요.

당진이 고향인 처가 식구들도

과줄을 즐겨하더란 말입니다만

나는 그다지 즐겨하지 않아서

곁에 있어도 시큰둥한 편입니다.

그래도 선물로 주신 분의 진심이 있으니

하나 꺼내어 비닐을 벗겨내고

크게 한 입 베어 물고 혀로 잡아 당겨

어금니로 살짝 누르니

입 안에서 사르르르 녹아내립니다.

이래서 이가 좋지 않은 어르신들이 좋아하나봅니다.

이래서 아이들도 좋아하나 봅니다.

 

유과라는 어원을 알아보려 사전적 의미를 알아봅니다.

"밀가루나 쌀가루 반죽을

적당한 모양으로 빚어 바싹 말린 후에

기름에 튀기어 조청을 바르고

튀밥. 깨 따위를 입힌 과자"라고 합니다.

그래서 유과(油菓)입니다.

여기에 개똥같은 소견으로 이름을 더 붙여 보면

유과(柔菓)-부드러운 과자이고요

유과(幼菓)-이가 다 자라지 않은 아이가 먹기 좋은 과자이고요

유과(儒菓)-선비처럼 고고하게 보이는 과자이고요

유과(瑜菓)- 아름다운 과자입니다.

 

우리야 흔히 보니까

음...뭐...하겠지만

외국인들이 보면

뷰티풀~

beautiful~환호할 겁니다.

우리 삶도 이런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을까요?

부드럽고(속은 강함)

옳지 않은 것에 대해선 단호한 선비 같으며

약한 자에게 친구처럼

이웃에게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렇게 살아 볼 수 있을까요?

유과를 보면서

2023년 첫 월요일을 맞이합니다.

 

 

년 초나 년 말이 되면

아무래도 받거나 보내는 선물이

눈에 띄게 많아지는 계절이 됩니다.

돌아보면 고마운 사람들로 넘치고

또 다가 올 새해에도 여전히

그 분에게 도움을 받을 것이니

감사해서 무언가 하나라도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됩니다.

년 말과 년 초에는 말입니다.

내게 대단한 도움을 주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작은 말 한 마디가 내게 큰 힘이 되었고

겨우 등 한 번 토닥거려 주었을 뿐인데

누군가는 그 행위에서 사랑을 느끼고

힘을 내었을 수도 있는 겁니다....

 

하루는 지인이 자기 차 있는 곳으로 인도를 하더니

트렁크를 열고 귤 한 박스를 건 내 주었습니다.

그런데 박스에 흔히 보는 제주 감귤이란 글 대신

청귤이라 쓰인 것을 보고

궁금증을 품은 상태로

집에 도착하여 개봉하니 설명서가 있었고

청귤은 농약을 가까이하지 않고 키웠다 했습니다.

그렇기에 껍데기가 이내 딱딱하여 질 수 있으니

냉장 보관을 하든지

박스 위를 신문지로 덮으라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농약을 멀리했다고요? 그걸 믿나요?

다 상술입니다.

오늘 아침 뉴스 보셨죠?

국산 고춧가루 100%라고 판매하다가 걸린 거.

그거 중국산하고 혼합 했다잖아요!

세상 믿을 거 하나도 없어요.

믿었던 내 남편도

어린 것하고 바람나서 집 나갔다니까요.

그래서 믿는 다는 말에 자꾸 걸림돌이 되어요. "

 

" 아~ 그러셨군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그러려니 하고 믿고 살아 야죠" .....

 

농약하고 친하지 않게 키운 귤이란 생각에

귤 차를 끓여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껍데기를 말렸죠!

그리고 오늘 아침 주전자에 넣고 88하게 끓여서 이렇게.....

이 양이 오늘 내가 해치울 과제물입니다.

워낙 물을 안 먹다보니

나를 아시는 어느 분이 이리 말씀하여 주셨습니다.

 

" 물을 약으로 알고 드세요" ......

 

귤 향이 나를 흥미롭게 하는 하루 입니다.

 

 

나는 부드러운 사람이라며

분명 그 얼굴은 웃고 있습니다만

그게 상황이 말입니다.... 쯥

저 쪽에 가면 양파가 있으니

그걸 좀 갖다 주실 수 있나요?

어려우시면 안하셔도 됩니다 라고 말씀을 하시는데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그게 안한다! 못한다! 거절하기가

매우 힘든 처지가 되었습니다.

보란 듯이 칼을 세우고 있는데

어찌 거절을 할 수 있겠어요!

 

성탄절을 앞두고 식당 봉사로

모이신 분들의 얼굴에 미소가 붙어 있습니다.

무려 400명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보통일은 아니잖아요?

이것이 내 식구를 위한다고 치자면 못할 겁니다.

▶반대 아니냐고요~

내 식구들이니까 하는 거지

남을 위한 것이면 못하는 거가 맞는 거지!

●네! 일반적인 견해는 그게 맞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이웃을 위한...

다른 사람을 위한 봉사의 기쁨을 아신다면

지금 내가 드리는 이야기가 맞습니다.

 

내가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무엇을 해줄 수 있다는 기쁨.

돈이 들어가고

노동이 필요하고

시간을 내야하지만

내게 있는 것으로 다른 누군가를 섬기는 것에서

한 번 기쁨을 맛보신 분이라면

마음의 영역이 확장되는 것을 느끼게 될 겁니다.

나와 내 가족을 위한 것은 기본이고요.

한 번은 그 범주를 넘어서서

베푸는 것의 환희를 경험하여 보세요.

 

이맘때가 되면 기부천사라고 부르는

익명의 기부자들이 뉴스에 거론되곤 합니다.

그런 분들의 대다수가 우리가 생각할 만큼

부유한 분들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에 흐뭇한 연말을 보내죠.

나는 못하는데 그 분은 하는 善함.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당신도 나에게 숨긴 이런 善함의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요?

 

 

-보은(報恩)-

 

첫 추위가 왔을 때 말이지

밖에서 떨고 있던 식물을 보았다.

그 날은 북쪽에서 바람까지 밀고 내려온 날이어서

길가의 가로수로 심은 굵은 느티나무도

추위를 숨기지 못하고 이파리를 날리던 날이었다.

지나가던 사람들 대다수가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종종종 달려갔으며

둔촌시장 초입 그 호떡집에

사람들로 불티나던 날이었다.

 

그런 날이었다.

한 구석에 놓인 화분을 보았다.

아마도 1년 초(草)라 여겨

어차피 올 해 끝날 것이니 그

누구의 손길도 받지 못하던 그 화분을 보았다.

푹신거리는 롱패딩으로 보호막을 치고 다니던

그런 그림을 처음 날이었다.

 

그런 날이었다.

그 추웠던 날.

어쩌다 그 화분과 눈이 마주쳤고

측은한 마음에 집으로 가져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볕이 잘 드는 서재 창문 쪽에 밀어 넣었고

목마름과 허기졌을 식물에게 쌀뜨물을 주고

그렇게 나는 나의 일들로 분주하여 화분을 잊고 있었다.

 

어느 아침이라고 표현을 해보자

서재 책상에 앉아 책을 펼치다

문득 가져온 화분 생각이 들어 왔고

눈길을 돌려 보았을 때

그 길가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던 식물이

고마움이라도 표현하는 듯 꽃을 낸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사소한 것이라....

별거 아니라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화분에게로 몸을 옮겨 자세히 살펴보았다.

보고

또 보았다.

다음 날도 보고

그 다음 날도 보고

이제는 꽃하고 이야기를 나눌 정도가 되었다.

나의 작은 호의에

꽃이 없을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기쁨을 위해 힘을 다해 꽃을 낸 가녀린 식물.

그래도 나는 남자인데.

이런 것들에게 관심 일도 없었는데

이제 여성 호르몬에게 잡혀 먹히는 것일까?

내게 이렇게 생긴 감정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12월27일.

녀석은 언제까지 내게 꽃을 보여주려나?

지금 글을 쓰면서

내게 은혜를 갚은 식물에게

이 흐뭇한 마음을 어찌 표현을 할까나 궁리 중이다 .

 

 

오늘 저녁은 말입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들어 온 선물입니다.

 

무말랭이 무침은

반찬 솜씨 뛰어나기로 평판이 자자한 그 분으로부터

만두는

내가 만두를 좋아한다는 것을 아시는 그 분이

자신이 거하는 양평에

유명한 만두집이 있다면

스치로폼 박스 특대(特大)에 가득 사서는 주신 것입니다.

 

만두와 무말랭이.

어쩐지 한 배에서 나온 형제 같지 않으세요?

선물을 받을 때 감사하다 정중히 표를 하였지만

그 선물이 실용적으로 쓰이는 것에 관한

리액션을 드리기 위해

소박한 저녁상차림을 한 컷 찍어서 보내드렸습니다.

그리고 우선적으로 만두를 보내주신 분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 고맙습니다.

자다가도 깨어나 먹을 수 있는

몇 가지 음식 중에서 으뜸이 만두입니다.

예전에 왕만두 26개를 먹고서

얼마나 헐떡이며 힘들어 했는지.

그것 하나만 보아도 만두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시겠죠?

제가 바로 만두 호랭이입니다.

오래 전 백성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그 인왕山 호랭이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서울 도심에 호랭이가 살아 있으니

그게 바로 만두 호랭이입니다.

서울이란 도심에 사는 호랭이는

만두만 먹고도 살 수 있습니다.

당신이 만두 맛집에서 사주신 만두를

오늘 저녁 아내가 만둣국으로 끓여 올렸습니다.

어흥~나는 만두 호랭이입니다.

야옹~ ㅎㅎㅎ

 

 

 

 

.

2022년 12월 20일

1년이 다 지나가는 시점에서 돌아보니

그다지 눈길을 주지 않았던 식물이다.

사랑받기를 원했으나 주인은 바쁘다는 핑계로

저녁에 퇴근하면 뒤집어 잠만 잤다.

내둥 방에 두었다가

어쩌다보니 발견된 건 냉기에 노출되는 계단.

줄기를 만져보니 차디차다.

벌써 어느 정도는 추위에 손상된 듯.

부랴부랴 방으로 옮겨놓고

상태를 살펴보기로 한 지 며칠.

이파리가 누렇게 떠갔다.

줄기도 시름시름 앓아눕기 시작을 했다.

손쓰기가 어려울 듯.

무식하면 용감해진다는 그 이야기에 의지하여

응급조치에 들어가

이미 회생하기 어려워 보이는 이파리를 제거하고

남은 잎새라도 회복할 수 있게끔 외과 수술을 하여본다.

 

누런 이파리는 손만 대면

붙어 있던 줄기에서 맥없이 떨어진다.

툭~툭~

생기 없는 이파리를 제거하고

남은 것에 자양분이 더 가도록 서투른 솜씨를 부려보았다.

이제 남은 건 좀 더 살펴보기로.

살아나기를.

살아 내기를 소망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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