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부터 간절히 원하던 건

오늘 아침 일정을 내일로 물리려는 것이었다.

지방으로 작업을 나가야 하는 것이고

현장 도착이 오전8시. 5톤 물량이 오니

이미 지게차 약속했고

자재 내리는 것은 지게차 사장과 5톤 축차 사장

둘이 협의하여 내려놓기로.

물론 우리도 그 때까지 내려가겠지만

혹시라도 그 시간을 맞출 수 없는 일이 생기면

참 곤란해지는 일이 생길 것이기 때문인데

우려하는 그것은 바로 눈이 온다는 것이다.

車가 쫄 아서 다닐 정도의 적설량 말이다.

 

눈은 아침부터 온다고 했고

오늘 아침 6시,

자동으로 떠진 눈으로 아파트 창가로 다가서니

어둔 배경에 흰 색이 들어온다.

눈이 진짜 왔다.

한동안 내려다본다.

참고로 내가 사는 아파트 높이는 12층.

그럴싸하게 높은 위치다.

어두워서 바닥은 보이지 않고 날리는 눈만 보인다.

10분,20분…….

그러면서 서서히 밝아오는 세상.

진짜 눈이 왔네.

진짜 눈이 오네.

 

높은 곳에서 지면을 내려다본다.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사람들,

눈이 와도 비가와도 출근을 해야 하는 거지..

미끌릴 것을 알지만

어쩔 수없이 차를 가지고 나왔을 테지.

그러면서 모든 것을 품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조성된다.

이해하지 못할 것이 무언가?

예전 검산단의 봄을 축하하기 위하여

정상 바위에 올라 山아래를 바라다보며 가졌던

그 포용력 王을 다시 만난 것 같았다.

높은 곳에 오르니 소꿉놀이 같은 세상.

무엇을 분통해 하며

무엇을 슬퍼할까?

세상을 보는 위치에 따라서 달리 들어오는 견해.

때때로 환경을 바꿔보자.

집안 가구 배치 변경 말고

나를 높은 곳으로 올려다 놓아보자.

가능하면 조망권이 좋고 주변 여건도 좋은 곳.

山이면 더 좋겠고

아니면 맑은 여울에 나를 앉혀도 괜찮겠다.

삶의 거미줄에서 벗어나

한적한 곳을 찾아 가만히 앉아보자.

마음의 지경을 넓혀보자.

 

눈 오는 날 아침

12층 아파트에서 어쩐지 마음이 연하여졌다.

 

 

내가 하지 못하는 재능을 그 누군가 하는 것을 보면

부러움이 훅~들어오면서 살짝 주눅이 든단 말입니다!

그래서 부러워하지 말고

내게 있는 것으로 자족하라는 의미로

"부러우면 진다"라고 말을 합니다.

서양 속담에

“새장 밖에 새 열 마리보다

새장 안에 새 한마리가 더 귀하다“는 말이 있기도 합니다.

밖에 날아다니는 새 열 마리가

제 아무리 멋진 깃털을 가졌다 한 들

무슨 소용이란 말입니까?

그건 여전히 내 곁에 오지 않을 확률이 높으니

비록 조금 볼품은 떨어진다 하더라도

새장 안에서 짹짹거리며

기쁨을 안겨주는 한 마리 내 새의 노래가 중요 하죠 !

별 것 아니지만 그 작은 것에 관 자족(自足) 말입니다.

남의 것 부러워하다가 탐욕으로 변질되지 말고.

 

그런데 그것이 기능에 관한 것이라면 조금 다르겠죠!

기능은 갈고 닦을수록 늘어나는 것이거든요.

처음에는 어눌해도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실력이 붙어서 올라가 있는 것입니다.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가면 무엇을 할래?

그러면 공부만 죽어라 하고 싶다.

교과서가 걸레가 되도록 죽자 사자 파고 또 파겠다.

그런데 그건 좀 어려울 겁니다.

학창시절로 돌아가면

다시 싸돌아다니고 싶고

여학생 꼬드기고 싶고

그러니까 공부<자유....

공부가 자유를 누리고 싶어 하는 의지에

바로 깨질 거란 말입니다.

부모님 지금 살아 계시면 정말 효도 할 텐데~

ㅠㅠㅠ안 계시니까 하는 말이지

부모님 살아 계시면

여전히 가슴 아프게 할 건 뻔할 뻔자 이고요.

 

콩나물국밥으로 이미 사람 들끓는 그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다 주차된 차를 보게 됩니다.

이게 뭐얏?

주차를 보십시오.

앞뒤 공간 허용오차도 거의 없는 곳에 차를 세웠습니다.

그냥 전시만 했을 리는 없겠죠?

기능이니까 하다보면 되겠지

그런 개념을 뛰어넘은 재능입니다.

그림으로 보아선 앞쪽에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장에서 보시면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예비 공간 없고요~

차를 비틀어서 넣을 길도 아닙니다.

골목길입니다.

어떻게 차를 집어넣는 것일까요?

오늘은 어제에 이어

더럽게 추운 날입니다.

진짜 더럽게 추운 날입니다.

 

 

저녁에 집에 돌아 와서 씻기 위하여

옷을 벗을 때서야 의문점이 풀린 것이다.

 

하루 종일 목이 답답했었다.

목이 근질거리는 것이 싫어서

휘감으면 한결 따뜻한 마후라도 팽개치고 산다.

거치적거리는 것이 싫어서

손목시계도 책상에 그대로 모셔두고 산다.

그냥 몸이 자유로운 것이 좋고

그러다보니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말까지 듣고 사는데

오늘 진종일 목 부위가 답답해서

자꾸 목에 달라붙은 옷만 잡아당기며 늘렸을 뿐

뒷부분을 앞으로 바꿔서 입었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래도 나는 다행이지

친구는 팬티를 거꾸로 입었다가

아내에게 곤욕을 치룰 뻔 했다는 것이다.......

그날은 모처럼 만난 친구하고 쓴 물 좀 먹었다고 했다.

그러니 늦게 귀가를 했겠지.

자정이 넘었다 했다.

다 자고 있겠거니 생각을 했고

실제로 아내도 아이들도 잠이 들어 있었다.

시간도 늦고 피곤도 하여

겉옷을 벗고 방으로 들어가려던 그 때

아내가 불쑥 나오더니

위, 아래.

위 .아래.

위위, 아래

위위, 아래를 살피더니

아내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고

검은자위 대비 흰자위가 많아지는 것을 보고

심상치 않은 기류를 직감했다고 했다.

아내의 눈이 뒤집혔다.

아니! 술 좀 먹고 들어와서 조용히 자려고 했는데

오늘은 좀 격한 반응을 보이네 했다.

하지만 아내의 반응은 그게 아니었다.

 

" 뭐가 급해서 팬티까지 거꾸로 입었냐?"

 

으흡! 그러네 아침에 출근하면서 거꾸로 입었네.

그런데 그게 뭐?

그럴 수 있는 거 아냐? 라고 말을 내려는 순간

아내가 일격을 날렸단다.

 

"어떤 년이야?"

 

그거 아니라고~

아침에 거꾸로 입은 거라고~

 

"어떤 년이냐고?"

 

아내의 눈에는 이미 자신만의 그림이 그려졌다.

무슨 말을 해도 변명의 말이 들리지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어찌 되었을까?

그 이후 이야기는 당신이 써 보길....

 

하루 종일 목이 답답했다.

옷을 반대로 입었다는 생각은 어찌 해보지도 않았을까?

사람과의 관계도 그러하다.

성질 더럽다

꼴도 보기 싫다 말하기 전

생각을 뒤집어서 생각을 하여보자.

어쩌면 이해 할 기회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옷은 뒤집혀서 답답했지만

사람은 고정관념을 버리고 뒤집어서 생각하여보자.

 

 

한전에서 전화가 온 것은 난생 처음 있는 일이다.

 

" ㅇㅇ 번지 무슨 일이 있었나요?

평상시 보다 전기를 4배나 사용했어요!"

 

그러면서 말을 하나 더 던졌다

 

" 혹시 전기난로를 많이 쓰셨나요?"

 

할 수없이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전기를 많이 쓴 거 맞나?

그렇다면 왜 이번에 유독 많이 사용했을까?

뇌리를 살짝 스쳐가면서 사고(思考)가 귀띔을 해주었다.

일단 날씨가 계속 추웠다.

한강이 얼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일이 없었다는 것이다.

작업이 많으면

직원들이 현장으로 다 뛰쳐나가는 통에

창고에서 난방을 해야 할 필요가 없는데

오라는 곳이 없으니 창고에 모여

어쩔 수 없이 전기를 불러들여

창고를 뜨듯하게 데웠던 것이다.

그러니 일꾼은 이러하든 저러하든 일을 해야지

일이 없어 손을 놓고 있으면

사람 꼴 우습게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특히 남자는 일을 해야 한다.

 

2023년도 벌써 19일 째 잡아먹었다.

잡아먹었으면 배라도 불러야 할 텐데 여전히 속은 허하다.

이제 지식으로 배를 불리기는 그렇고......

당신에게 한 가지만 물어 본다.

올 해 생각하고 있는 목표는 무엇인가?

근검절약?

제발 그건 하지말길...

지금도 짠돌이인데 여기서 더 아끼면

아끼다 똥 될 수도 있으니

올 해는 제발 밥 좀 사주라~

 

 

꽤 오래 지난 날

다방(茶房)의 전성시대가 있었습니다.

아마 영자의 전성시대와 맞물려가던 시절일겁니다.

손님이 오면 자동으로 커피를 시켰고

그렇게 하는 것이 으레

고객에 대한 예우로 인식되던 때입니다.

아침이면 다방에서 시원한 냉 보리차도 배달하여 주었고요.

즐겨 다니지는 아니했지만

나 역시 약속이 있으면 다방에서 만나기도 했습니다.

생각난 김에

한 번이라도 이용했던 다방 이름을 적어보면

대학다방. 초원다방. 길손다방. 샘다방.

로터리다방. 별다방. 약속다방.

을지다방. 역전다방.

기억에 잠겨있던 다방 몇 개를 수면위로 올려 보았습니다만

그 중 제일 와 닿는 것은 종점다방입니다.

 

종점 말입니다.

종점....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곳.

인생으로 치자면 "바닥"

탄광으로 치지면 "막장"

하지만 생각을 뒤집어 해 보면 종점이기에.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이기에

다시 돌아 설 수 있기도 합니다.

그게 얼마나 큰 용기인 줄 아시잖아요!

다시 시작한다는 용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종점 말입니다.

 

청년시절.

고상한 척 하느라 걸핏하면 큼지막한 가방 걸치고

제법 큰 노트에 파카 볼펜을 챙겨

이리저리 싸돌아다니던 그 때가 있었습니다.

한 번은 정말 맘 먹고 종점까지 갔습니다.

평택 서정리까지 말입니다

왜?

진지하게 詩 한 번 써 보겠다고 말입니다.

웃기죠!

낭만을 핑계 삼아 詩 한 수 써 보겠다고

버스 타고 평택까지

 

- 여정(旅情)-

서정리에 갔었다.

 

시외버스로 두 시간이 걸려

이렇다 할 목적도 없이

무작정 길을 떴다.

 

내 나이 삼십이나 먹었는데

달려온 길은 얼마 되잖고

스치는 낮은 볏 사이로

몇 마리 숨 가쁜 논병아리

모질게도 버티어 왔구나.

 

귀로(歸路)에 황혼 빛이 이 들녘에 내리니

우두커니 돌아 본 내 여정(旅精)

나는 아직 철부지였구나.

 

서정리에 갔었다.

시외버스로 두 시간이나 걸려.

 

 

한 번은 들어가 보아야지 했었다.

점심 때 지나가면서 힐끔.

흠흠흠 오픈한 지 얼마 아니 되어 아직 손님이 들지를 않았네. ...

저녁 때 지나치면서 잠자코 또 본다

" 손님 몇 들었네."

그건 새로 생긴 양평해장국 집 이었다.

그러다 오늘 대 낮.

기온도 곤두박질치고

한 번은 들어가 보아야겠다, 마음먹었던 터에

내친김에 쓰윽 들어서니 이제 겨우 11시30분인데

벌써 식당 내부엔 배고픈 자들이 가득하다.

발 빠르게 아주머니 온다.

“무엇을?"

 

그건 내가 먼저 물어보고픈 말소리였다.

"이집에서 가장 잘 나가는 메뉴가 무어죠?

사장님이 가장 추천하는 것은 어떤 거죠"

 

첫 째가 양평해장국

두 번째가 얼큰 순두부

막내가 뼈 해장국이라 했다.

그러지~그런 거지!

타이틀이 양평해장국인데 당연 넘버원은 양평해장국일걸.

나는 항상 왜 그럴까?

어리석은 질문을 던지고 현명한 답을 기다린다(愚問賢答).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

ㅠㅠㅠ 내가 현자가 아니기 때문. ....

 

양평 해장국을 시킨다.

밖은 여전히 춥고 거기다 해(SUN) 마저 없으니

우중충한 이런 날에 따순 국물 음식이 최고겠다.

그래서일까? 우리가 들어 온 이후로도

손님들이 문을 열고 고개를 들이 밀어 빙빙 돌리다가

아이쿠~어지러워.........

빨리들 먹고 나오지~ 밥알 세고 먹나? 실실 웃으며 문을 닫는다.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 찬바람이 밀고 들어 왔다.

겨울바람은 기회주의.

틈만 보다가 이때다 싶으면 그냥 밀고 들어온다.

이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듯 보여 나도 그렇게 해보았지만

약삭빠르지 못한 탓에 중도에 포기하고

그냥 삐리리 살기로 했던 그 날이 생각난다.

그 날은 그 녀가 떠나간 날이었다.

아마도 내게서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 그랬을 것이다.

한 평생 기대어 살기엔 너무 부족한 남자였겠지.

인정! 그러니 나는 그녀를 원망 할 수도 없었던 날이었다.

그날따라 더럽게 춥던 그 해 최악의 날이었다.

 

양평해장국이 나왔다.

뜻밖의 모습이다.

맑은 국물이네.

숟가락을 찔러 넣고

뜨거운 국물을 떠서 입 안으로 밀어 넣는다.

후루룩~ 생각보단 괜찮네.

해장국에 밥을 몰빵했다.

단박에 먹고 나가야 해.

사람들이 서성이는 식당 밖.

그 녀가 떠난 이후 춥다는 것이 무언지 너무 잘 알기에

추위에 떠는 사람들에게 엄청 관대해졌다.

아마 그 때부터 겨울이 정말 싫어졌을 것이다.

얼른 봄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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