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어른들에게 모난 꼬맹이였다.

다른 건 모두 정상? 인데 한 가지가 자꾸 걸렸다.

그러니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 꽤나 흘리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어린 자식인 나였다.

물론 지금도 그 모자란 구석이 남아 있기는 하나

그래도 어린 날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나마 얼마나 진보했는지!

 

나의 까다로움은 다름 아닌 새 것을 싫어하는 성격에서였다.

그것이 도드라지게 나타난 것이 바로 옷이다.

왜 그런지 새 옷 입는 걸 그렇게 싫어했다.

그러니 자식을 향한 모정을 날마다 할퀸 셈.

어머니는 새 신발을 사 오시고

아들인 어린 자식은 신지 않겠다 땡깡을 부렸다.

 

몇 달 전 신발을 샀다.

어차피 타이로 목을 조르며 사는 삶의 패턴은 아니니

복장 또한 매우 헐렁하니 자유롭다.

매장을 둘러 보다 마음에 드는 신발을 골랐고

한 번 꽂히면 한 곳만 파는 성격에

이 신발만 신고 다니다

존경하는 선배가 이 신발 좋아 보인다는 말에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 얼른 매장에 전화를 넣었더니

그 사이즈 없고 당분간 만들 계획이 없다 한다.

 

마음 한 구석이 어두워진 건 그 때부터 이었다.

마음에 든다하니 꼭 선물을 하고 싶었는데 말이다.

봄볕이 본격적으로 다가온 3월21일 화요일.

거래처를 갔다가 시간을 쪼개어 신발매장을 향해 달렸다.

물론 그 분이 원하는 신발은 없지만

혹 유사한 모델이 있나하여 말이다.

신발 사진을 찍어서 사진을 보내었다.

 

"이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이 있을까요?"

 

얼마 되지 않아 답이 왔다

 

"나 참!"

 

그 분은 나의 질문에 관한 의미를 바로 알아차린 것이다

 

" 왼 편 뒤에서 두 번째가 괜찮아 보입니다."

 

간 김에 내 구두도 하나

그리고 선물할 캐주얼 신발도 하나.

별것도 아닌데 차를 타고 돌아오는 내내 휘파람을 불었다.

커다란 것은 아니어도

다른 누군가에게 선물을 줄 수 있다는

소시민의 행복이 부풀어 올랐다.

 

 

 

 

-오리는 내게-

 

바닷가로 오리 납시었다.

뒤뚱 뒤뚱

하루 종일 걸어야 오리(五里)도 못가는 오리.

오리는 꽥꽥, 오리는 꽥꽥

염소 음매, 염소 음매

 

부지런하게는 살 되 아등바등 하지는 말아야지.

하던 일은 계속하지만 탐심으로 이어지면 어찌할까?

십리(十里)는 고사하고

오리(五里)도 못가는 오리지만

어떤 면에서 나보다는 훨 낫지 않을까 싶다.

쉬이 사그라지는 나의 거창한 각오보단

꾸준하게 걸어가는 저 오리가 내게 주는 교훈 일수도

 

오늘 하루도 부질없는 한 숨을 쉬었다.

힘들다고 푸후~

너무 바쁘네! 숨 좀 쉬자 휴후~

빌어먹을 후우~

쉬고 싶다 하아~

그런다고 오리(五里)도 못 갈 것이면서 무슨.

우리 눈에 어림도 없다 생각을 했지만

늪지대에 살던 오리는 결국 바다로 갔다네.

 

●2023년 3월16일 늦은 8시30분

강원도에 사는 지인(知人)이 보내온 카톡 영상에

쓸데없는 글로 답하다. 고 호순

 

 

- 한 해의 첫 째 -

봄!

이 하나만으로도 행복하기에 충분하다.

봄!

도대체 이 시즌에 감사하지 않을 이유는 무엇인가?

봄!

누가 말하기도 전에 내 얼굴이 먼저 아는 계절.

봄!

도회지에 있어도 얼굴이 까무댕댕해진다

봄!

가슴이 벌렁거리고

봄!

벌써 얼굴에 희열의 꽃이 핀다.

봄!

두고 보라지 내일이면 나는 벌써 들판에 있을 걸

봄!

말려보라지!

서울이란 잿빛 도시가 바짓가랑이 잡고 늘어져도

나는 내일 벗이 있는 거기에 있을 텐데

봄!

나의 고질병이 도지는 계절

괜찮은가 싶다가 다시............

봄!

나는 오늘 봄(春)을 봄(見).

 

▶ 너무 행복하다.

왜? 이유가 무엇인데? 라고 물으시면

그냥 행복하다.

이리 말하면 너무 형식적인 답변이 될까?

내 안에 예수가 있고

하나님과 그 아들 예수께서 아버지와 협력하면 만든

이 아름다운 세상.

도대체 기뻐하지 못 할 이유에 어떤 것이 있단 말인가?

이 밤이 지나고 내일이면

나는 봄이 도착한 그 들판에 서 있겠지!

3월 11일 저녁 금요일 저녁.

모두 퇴근한 사무실에서 봄나들이를 꿈꾸며. 고 호순

 

 

낚시.

들뜬 마음을 잠시 달래어 보는 건

온도가 올라간다는 예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차하면 영상 20도까지

치고 올라가는 날이 올 것이라 하여

엄한 낚싯대만 만지작거리다 드디어 3월11일 토요일

올라간다. 올라간다 온도가 쭉쭉 쭉쭉쭉

거기다 바람도 보드랍게 붙는다 하고

그러니 3월 봄 낚시에 이만한 날이 없겠다 하여

친구 큰 형님과 당진 석문 쪽으로 가닥을 잡고

휘파람 불면서 도착하니 아이구야~

자리 펴고 앉을 만한 곳에는

이미 낚시꾼들이 들어가 앉아 있는 것입니다.

 

어찌할까요?

좁은 틈새로 자리 꿰차고 들어가는 거

그닥 즐겨하지 않는 성격이고

그러니 고기는 없을 것 같아도

사람 없는 한적한 곳을 찾아 나서려는데

밤낚시를 하신 분이 나를 부르시며

저기 빈자리에 앉아서 하라합니다.

한 사람이 더 오기로 하였는데 못 온다 하니

그 자리에 앉으라 하니 이리 고마울 수가 있을까요?

 

2.8칸대 한 대 깔고

2.5칸대 한 대 붙입니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화창하고요.

별로 두텁지 않은 점퍼임에도 불구하고

훌러덩 벗어야 할 판입니다.

무조건 오늘 조황은 good일겁니다.

온도 상승했지.

수면 잔잔하지.

무엇을 더 하겠습니까?

거기다 옆에 앉으신 분이 삼삼하게 붕어 달아 올리지.

 

일단 흰 글루텐에 옥수수 글루텐 합하여

붕어 밥을 조제하여 봅니다.

그리고 역사적 사명을 띈 글루텐이

붕어 앞으로 들어가고 이제는 기다림.

30분 후

붕어 한 마리 나옵니다.

손바닥 아래 사이즈.

그래도 그게 어딥니까?

숱한 말뚝을 체험한 공허함의 보유자에게

붕어 한 마리는 무조건 감사의 조건이 아니겠습니까?

그저 입질만 하여준다면

오늘 하루는 그것으로 족한 시간을 가지려합니다.

꿈이 작다하여도 어쩔 수없는 일입니다.

낚시로 행복한 시간이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간혹 굵은 붕어가 달려준다면

거기서 또 다른 흥분이 있겠지요!

한강 주변에서 자란 유년기에

이미 물과 친숙한 인연을 가지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입문한 낚시. 붕어낚시.

오늘 하루는 또 얼마나 가슴이 부풀어 오를까요?

오늘 하루는 여기 물가에서 귀한 시간을 쪼개어

나에게 최고의 상황으로 대접하려 합니다.

얼굴 검게 타고

바짓가랑이에는 흙 범벅이 되고

먹는 것은 그리 변변치 않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낚시여서

그런 것은 그리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하루 감사함을 앉았다 철수할 땐

최소한 나로 인하여 발생한 삶의 찌꺼기는

깔끔하게 회수하여 가겠습니다.

낚시꾼이 말입니다.

쓰레기가 되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나의 잘못된 행위로

낚시꾼 모두에게 욕을 먹이면 안 되는 일입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진짜 조사(釣士)는

다시 찾을 그 자리에 따스한 체온만 남기고 떠납니다.

 

▶2023년 3월 11일 .당진 석문. 잠시 그늘에 앉아서. 고 호순.

 

 

- 모임 -

 

달마다 거르지 않고 모이는 자리가 있습니다.

친목회입니다.

당신도

그도

하나 이상은 이런 모임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미팅의 목적은

상업에 종사하며 이웃한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돈독하게 지내기 위한 색깔을 지니고 있습니다.

모임 장소는 매 번 같지 아니하며

이왕이면 근동 맛 집을 골라서 회합(會合)을 하는데

오늘은 오리 집입니다.

 

작고 아담한 시장 통, 생 오리 주물럭.

양념 주물럭. 생 주물럭. 코스도 있고

저녁에는 사람들이 숱하게 꼬이는 집.

철판에 오리 익어가는 소리가 들리고

흥분된 대화가 고조되는 시간.

취기가 거나하게 오른 서사장이 반쯤 꼬인 혀로 말을 합니다.

 

" 내가 말이G....끄억~

술을 끊겠다 다짐을 할까? 안 할까? 끄억~

징그럽게 퍼댄 다음 날이면

빠지지 않고 하는 일이 있는데 일기를 쓰는 것이지.

음주일기라 할까? 끄억~어...

뭐라고 쓰는 줄 R아?

다음부터 술을 먹으면 나는 개다.

그러니 말(言)대신 멍멍 짖을 거다.

다시 술을 먹으면 개의 자식님이다.

새벽같이 출근하는 직업인데

술병 숱하게 자빠트리고 이부자리에서 일어나려면

이게 너무 힘이 든단 말이지.

남들처럼 쉴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말이지

그런데 그런 일기를 벌써 몇 십 년 째 쓰고 있단 말이지.

아마 오늘 저녁에도 굽은 글씨로 또 일기를 쓸 수도 있어!

그건 지금 먹는 소주의 양에 따라서...

몸을 가눌 수 없게끔 알코올에게 잡혀 먹으면

내일 저녁에 쓰는 거고

그저 알딸딸할 정도면 손에 볼펜을 쥐어보는 거고. "

 

철판에서 오리고기 익어가는 소리.

코를 벌름거리게 만드는 고기 특유의 향.

기분 좋게 취기 오른 사람들의 열혈대화.

붉그레 홍조를 띤 얼굴들.

소줏병 비워지는 속도와 수량을 보니

우리 서사장님이 말하는 주취일기는

아무래도 내일 정신이 든 후에 쓸 것으로 판단됩니다.

 

근데 이 소주병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단아하다?

어여쁘다?

beautiful?

병 안에 내용물은 쓰지만 용기(容器)는 너무 아름답습니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드네요!

좋아 보이는 겉모습만 보고 덤벼들었다가

인생 쓴 맛 볼 수 있다는 거.

변장한 외모만 보고 사랑할만하네 하여 훅~달려들다

감춰진 낚시 바늘에 걸려 된통 당할 수도 있겠다......말입니다.

 

아무튼 술병이 사랑스럽기는 하네요.

 

 

- 그래서 부부(夫婦)-

 

나는 만두 호랭이다.

만두를 좋아한다는 말을 이리 해보는 말이다.

 

아내도 이젠 만두를 좋아한다.

하지만 원래는 이러했다.

나는 만두

아내는 찐빵.

나는 국물 없는 식단.

아내는 국이 있는 식단.

잘 아시는 이야기처럼 우리 부부는 로또복권이다.

맞질 않아 훗훗훗

 

그러다 ,그러다 어쩌다보니

아내도 이젠 만두 맛을 좀 알게 되었고

제법 맛난 만두를 곧잘 시키곤

“이건 별이 3개.”

“이건 별이 다섯 개” 평가도 내린다.

 

어제 일이다.

퇴근이 임박한 무렵

아내에게서 짧은 문자가 들어 왔고

그 문자를 보고 너무 웃겨서

퇴근은 고사하고 사무실에서 졸도 할 뻔.

 

저년은 만두“.............

저녁은 만두라는 말.....

그나마

”그년은 만두“가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렇다고 내게 그女가 있는 건 아니다.

 

저렇게 말해도

그렇게 말해도

척 알아듣는 나도 용하다

그러니 나도 살고 아내도 산다.

 

2023년 2월 28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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