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들어가 보아야지 했었다.

점심 때 지나가면서 힐끔.

흠흠흠 오픈한 지 얼마 아니 되어 아직 손님이 들지를 않았네. ...

저녁 때 지나치면서 잠자코 또 본다

" 손님 몇 들었네."

그건 새로 생긴 양평해장국 집 이었다.

그러다 오늘 대 낮.

기온도 곤두박질치고

한 번은 들어가 보아야겠다, 마음먹었던 터에

내친김에 쓰윽 들어서니 이제 겨우 11시30분인데

벌써 식당 내부엔 배고픈 자들이 가득하다.

발 빠르게 아주머니 온다.

“무엇을?"

 

그건 내가 먼저 물어보고픈 말소리였다.

"이집에서 가장 잘 나가는 메뉴가 무어죠?

사장님이 가장 추천하는 것은 어떤 거죠"

 

첫 째가 양평해장국

두 번째가 얼큰 순두부

막내가 뼈 해장국이라 했다.

그러지~그런 거지!

타이틀이 양평해장국인데 당연 넘버원은 양평해장국일걸.

나는 항상 왜 그럴까?

어리석은 질문을 던지고 현명한 답을 기다린다(愚問賢答).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

ㅠㅠㅠ 내가 현자가 아니기 때문. ....

 

양평 해장국을 시킨다.

밖은 여전히 춥고 거기다 해(SUN) 마저 없으니

우중충한 이런 날에 따순 국물 음식이 최고겠다.

그래서일까? 우리가 들어 온 이후로도

손님들이 문을 열고 고개를 들이 밀어 빙빙 돌리다가

아이쿠~어지러워.........

빨리들 먹고 나오지~ 밥알 세고 먹나? 실실 웃으며 문을 닫는다.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 찬바람이 밀고 들어 왔다.

겨울바람은 기회주의.

틈만 보다가 이때다 싶으면 그냥 밀고 들어온다.

이렇게 사는 것이 잘 사는 듯 보여 나도 그렇게 해보았지만

약삭빠르지 못한 탓에 중도에 포기하고

그냥 삐리리 살기로 했던 그 날이 생각난다.

그 날은 그 녀가 떠나간 날이었다.

아마도 내게서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 그랬을 것이다.

한 평생 기대어 살기엔 너무 부족한 남자였겠지.

인정! 그러니 나는 그녀를 원망 할 수도 없었던 날이었다.

그날따라 더럽게 춥던 그 해 최악의 날이었다.

 

양평해장국이 나왔다.

뜻밖의 모습이다.

맑은 국물이네.

숟가락을 찔러 넣고

뜨거운 국물을 떠서 입 안으로 밀어 넣는다.

후루룩~ 생각보단 괜찮네.

해장국에 밥을 몰빵했다.

단박에 먹고 나가야 해.

사람들이 서성이는 식당 밖.

그 녀가 떠난 이후 춥다는 것이 무언지 너무 잘 알기에

추위에 떠는 사람들에게 엄청 관대해졌다.

아마 그 때부터 겨울이 정말 싫어졌을 것이다.

얼른 봄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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