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이틀 뒤 아뿔싸~그 분이 또 다녀가셨습니다. 이번에도 정체를 밝히지 않고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소리도 없이 다가 와 ,전에 심었던 봉숭아보다 더 실한 놈으로 꽃까지 피어난 봉숭아를 심어 놓고 가셨습니다. 그 곁에 이름을 알 수없는 화초도 더불어. 또 다시 CCTV를 돌려보지는 않았고 그 날 바람 들어오는 그늘 아래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저렇게 할 수 있겠는가? 내가 한 작은 선행에 나팔을 불며 떠벌이고 그에 상응하는 칭찬을 기대하며 살고 있지는 않는가? 알아줌을 위한 의도적 행위 말입니다.

그깟 봉숭아 하나를 가지고 무슨? 아닙니다. 지금 한 번 생각하여 보십시오. 나와 내 가족을 위한 거 말고,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그 누군가를 위해 내게 있는 것으로 슬며시 얹혀주고 뒤돌아 선 적이 있나요? 세상 산술적 계산은 그가 이익을 얻으면 나는 손해를 입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가 나보다 잘 되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는 2등이어야 하고 나는 1등 이어야하고, 교육도 상대를 배려하고 세워주는 예의보다는 성적1등으로. 아들은 자동차 학과를 지원하려하는데 안 된다 거긴 부모의 얼굴이 서지가 않는다. 인지도 높은 그 대학을 가거라~부모가 생각하는 거기로. 아들은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데....

그 분은 이 글은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만 고맙습니다.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려운 삶. 말 잘하는 사람은 숱해도 잘 말하는 사람은 그 보다 훨씬 적은 세상. 나는 말재간이 없고 어눌하여 글로서 인사를 남겨봅니다. 어쩌면 내일도 이 거리를 지나가면서 당신님이 심어놓은 봉숭아 화분을 힐끔 보시겠죠! 나는 당신님을 모르고 당신님은 아마 나를 알고! 사무실 앞에서 골몰하며 서성이는 나를 보았을 테니까요! 다시 한 번 고마움을 표하며 당신님이 심어 놓은 봉숭아에 감사함으로 응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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