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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회사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으로 왔습니다. 아무래도 하룻밤을 여기서 유숙해야 할 듯. 일단 오가는 시간만 8시간이니 장기에서 차 떼고 포 떼면 뭐로 이기겠습니까?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으로 시간을 다 빼앗겼으니 할 수 없이 여기 경상북도 성주에서 하룻밤 묶었다 가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이런 과정이 당신과 그와 나의 여정(旅程)이 아닐까요? 잠시 살다가 가는 여행의 과정 말입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하여 살 되 억지로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은 놓아야 할 겁니다. 왜냐하면 나그네이니까 말입니다. 나그네란 언젠가 다시 떠나야 할 사람을 말 합니다. 다 놓고 가기 전에 이미 주면서 베풀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목적.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보다 행복하거든요. 주는 기쁨은 훈련이 좀 필요합니다만.

 

이렇게 말씀을 드리면 간혹 전화를 주시는 분이 게십니다. 상황을 설명하시면서. 그러면 진중하게 말씀을 드리고 나도 내 사는 근처에 섬기는 곳이 있으니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죠. 미안합니다....

 

현장 사정 good입니다. 비록 행거 기둥이 나를 뛰넘는 우월한 높이이지만 화물차를 들이 대고 거기에 오르니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행거가 높다 하되 차(車 위에 펼친 사다리 아래 행거이로다. 까불고 있어! 이래서 높은 자리에 있을 때 겸손해야 합니다. 더 높은 자리에 누군가가 올 수 있거든요. “ 우리 잘 하자~” ㅎㅎㅎ

 

여기는 성주. 행거를 제작하고 있고요. 작업을 하면서 약간 아쉬운 것은 아직 하우스 참외가 나오지 않는 것 같아요. 현지에서 바로 수확한 성주 참외 껍질 그대로 와삭~물어 뜯으면 단내와 더불어 입안 가득 퍼지는 참외 향....참외도 향이 있나요?

 

그럼요~참외 향기 그건 꽃향기하고 다르죠. 아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 분이 참외를 먹을 땐 속은 긁어서 다 버려요! 그 참외 속이 사실은 엄청 달은 건데..그 분은 살아온 삶이 노곤해서 속이... 속이 아닌가봅니다. 속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자재를 車에 채우고 도착한 오늘, 바짝 힘을 내고 집중하여 공정의 70% 이상은 해놓아야 내일 올라가는 시간대가 수월할겁니다. 내려 올 때는 쫓기듯 왔지만 일을 마감 짓고 올라 갈 때는 여유가 있어야 좋을 겁니다.

 

휴게실에 들려 볼 일도 보고 커피도 한 잔 빼서 노천의자에 기대어 하늘도 좀 보고. 사실 하늘 볼 시간도 없이 살아 왔잖아요! 일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그렇게 살아 왔잖아요. 하지만 투덜거리지 않아요. 남자로서 으레 그런 삶의 방정식이 옳다고 생각하니까 말입니다. 내가 그런 것처럼 당신도 그렇게 살고 있는 거 압니다.

 

모텔에서 하룻밤 유숙하고 아침 일찍 서둘러 행거 작업에 열을 내 봅니다. 일단 점심 시간 전에 손 터는 것을 목표로....사람이 목표를 설정해야지 그것을 이루려는 의지의 불이 붙게 되는 거 아시죠? 이래도 흥 저래도 흥. 그러시면 인생 죽도 밥도 안 됩니다. 성주에서 참외는 못 먹고 행거는 원 계획안대로 시공하고 올라갑니다. 즐거운 여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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