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친구에게서
그림 한 장이 카톡으로 들어 왔다.
참고로 내 친구는 서울 장충중학교 동창이고
그는 서산에서 서울로 유학을 왔던 것이다.
내가 친구에게 전화를 받을 때는 대부분
취기가 정수리 끝까지 올랐고 그러니 혀가 말려들어서
어눌한 발음을 내 귀에 붙일 때이다.
" 야~친구야~
내가 친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쥐~
꺼억~어~좀 취하네.
꺼억~“
그러면서 주위를 진정시키는 친구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 야~시키들아! 조용히 하라고!
내가 지금 내 친구하고 전화하고 있잖아!
이 친구가 누군지 알아?
목숨을 같이 했던 친구란 말이야~
너희가 그걸 알아 ?"
아마도 맨 정신으로 전화를 받아 본 거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지역사회에서 건축업
좀 더 엄밀히 말하면 토목업을 하고 있으니
이래서 한 잔 들이 키고
저래서 한 잔 꺾고
위하여~.
알코올의 긍정적 효과는 사람을 참 기분 좋게 만든다.
물론 여기서 긍정적 효과라고 제한하여 말했다.
껄끄로운 것이 있으면 소주 한 병에 다 털어 내고
소주 두 병에 詩를 읊고
소 주 세 병에 어깨동무를 한다.
그리고 인적 끊어진 시골
별과 달과 부엉이가 살고 있는 산길에서
송창식의 고래사냥도 같이 부른다.
그런 친구가 서산에 살고 있다.
그제도 전화가 왔다
물론 혀는 여전히 꼬여서
" 야~친구야~
서산에 낚시는 언제 오는 건데?
친구가 온다면 지게차로 번쩍 들어서
니가 낚시 하는 뒤에 컨테이너도 놓아 줄게!
토목 하는 사람이 중장비는 좀 있거든..
그리고 니 뒤에서
니가 걸어 올린 붕어로 매운탕 끓여 줄 테니
도대체 언제 올래?
내가 말이지...꺼억~
매운탕은 조금 하거든~
니가 원하면 라면 사리도 넣어 줄게
에이씨~ 그래그래 알았어!
까짓 거 계란도 푼다 풀어
그까이거 얼마 한다고?
두 개 푼다! 그런데 언제 낚시 올 건데?"
하루는 희귀한 일이 일어났다.
카톡에 그림만 하나 달랑 넣고는
전화도 없고 사진에 관한 일언반구도 없었다.
그런 일은 이제까지 없었다.
그 때는 봄의 향연이 벌어지던 5월21일 이었다.
친구는 너른 땅을 가지고 있고
감자며 양파를 대단위로 계약재배 하고 있다고 했었다.
검색하여보니 보내 준 사진은 감자였다.
얼마 있으면 캐내어 출하시킬 하지 감자였다.
사진은 들어오고 아무런 말이 없어서
나 역시 그냥 휴대폰을 접고 나는 나의 일에 몰입하였다.
그리고 다시 열어 본
서산 친구의 카톡에 이런 말을 짧게 덧붙였다
"감자라고 깐보지마라! 나도 한 꽃 한단다......."
친구야 IMF때 큰 부도를 맞고
너 역시 부도가 났지만
너를 믿고 기다려준 사람들과
너의 눈물 나는 노력으로 사업을 다시 일으켜서 참 자랑스럽다.
나는 감자처럼 투박스럽게 사는 니가 부럽다.
너의 감자 꽃은 어떤 향 좋은 꽃들보다 더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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