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크~ 무술 택견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이크 에크~피하고 들어가는 무술 택견의 함성이 아니다. 놀라서 나도 모르게 나오는 소리. 큰 일 날 뻔 했을 때 나도 모르게 나오는 소리 "이크" 길게 누운 나무 상자가 관(棺)인 줄...

 

앵글로 제작하는 선반을 위하여 목재 선반은 결국 밖으로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서글프다. 아니 서럽다. 나를 써먹을 땐 언제고. 그건 그렇다고 치자. 집을 빼라하면 따뜻한 봄날에 그리 하든지 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북풍한설 몰려오는 이 시점에 나는 어디로 가라고. 슬픈 각시 오나가나....

 

굴러 온 돌이 박힌 돌 뺀다 했다. 내가 하는 이야기 아니다. 나는 그렇게 야박하지 못하다. 하지만 정황상 그런 꼴이 되어 버렸다. 앵글을 설치하기 위하여 중앙에서 잘 살던 가구가 밀려 나고 이제 그 자리에 앵글이 자리를 잡으려 한다.

 

너무 야속하게 생각마라. 인간의 조직도 그러하다. 공부하는 담장을 벗어나 회사에 들어 갔고 누가 보든 아니 보든 그런 거 개의치 않고 힘을 다해 일을 하여 대리 달았다 그리고 과장 달았다 그리고 부장 올랐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나는 내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 셈조차 하질 않았다. 그러다 잠시 뒤를 돌아보니 회사가 규정한 근무 시한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밑에 직원들이 나를 보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어느 날....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그 어느 날 어느 직원이 웃으면서 농담 삼아 툭 던지고 간 말에 정신을 잃을 뻔하였다. 그리 진지하게 물은 것도 아니고 화를 내면서 말한 것도 아니고 환하게 밝은 얼굴로 미소 지으며 "부장님 우리는 언제 부장 직급에 이를 수 있나요?"

 

아~나도 이젠 내 자리에서 뽑혀 나갈 때가 되었나 보다. 그동안 박힌 돌로 잘 지내었네. 그래도 그 때까지 나는 힘을 다하겠다. 그것이 회사를 대하는 나의 마음이고 그것이 나의 뒷모습을 아름답게 남기게 되는 밑그림이 되지 않을까?

 

한 세대가 오고 한 세대가 간다. 서글픈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마라. 이래야 우리 마음도 헛된 것을 잡고 살지 않는다. 간다고 생각하면 꼭꼭 숨겨두었던 것을 풀어서 필요한 사람에게 주지 않겠는가? 가운데 있던 목재 선반이 나가고 조립식 앵글 선반이 섰다. 괜찮네. 그렇다고 목을 세우고 거드름피우지마라. 너도 또 언젠가는 다른 것에게 밀려날 테니......금융기관 문서고 앵글선반을 제작하면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