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인터넷을 통하여 입양한 할미꽃입니다.

그 해 여름, 길가 화분에서 곱게 늙어가는 식물이

무려 다섯 송이의 꽃을 내었었죠.

종종종....

분주하게 제 갈 길을 가던 사람들조차도

잠시 멈추고 주저앉아

다섯 송이의 꽃을 보면서 쓰다듬으며

곱다.

귀엽다.

어여쁘다 감탄사를 불러 일으켰던 길가 화분 할미꽃.

어느 날 자정에

한 할머니께서 캐어가기까지 할미꽃은 명물이 이었죠.

할미꽃이 사라지고

휑한 화분을 바라보며 시름시름 앓다가

인터넷을 뒤져서 입양한 그 어린 할미꽃이

2023년 좁은 화분에서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싹을 내었습니다.

등을 다독이며

고맙다. 살아주어서.

 

당신에게도 인생의 혹한기가 있었고

잘 이겨내어 오늘의 그대를 있게 하였습니다.

힘듦이 있었기에 어지간한 것은 쉽사리 넘기는 당신.

누구는 고달파서 주저앉지만

또 어느 누구는 아주 넘어지지 아니하고 일어섭니다.

극한을 이겨내고 싹을 낸 할미꽃

과연 꽃을 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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