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나팔 꽃 씨를 뿌렸습니다.

그건 어느 한 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밀고 나온 동요 한 소절 때문입니다.

말 나온 김에 그 노래 한 번 불러 보겠습니다만

일단 박자가......

하나 건너 띄고 ,둘 건너 띄고 셋 하고 들어간다.

 

"(1) 아빠하고 나 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아빠가 매어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2.애들 하고 재미있게 뛰어 놀다가

아빠 생각나서 꽃을 봅니다.

아빠는 꽃 보며 살자 그랬죠.

날 보고 꽃 같이 살자 그랬죠."

 

노랫말과는 다르게

나의 아버지는 말 그대로 "범"이었습니다.

조선의 호랑이라면 딱 맞는 표현이죠!

어제 사촌 큰형하고 통화하면서

내 아버지는 얼굴도 호랑이 형상이라고 했습니다.

화가 나면 바로 권총을 뽑아 드니

아버지가 동네에 나타나면

될 수 있는 한 얼굴을 마주치지 않는 것이

최 상책이라며 피했다 했습니다.

그러니까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은 그냥 노래일 뿐

아버지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는 노래입니다.

 

각설하고 그 나팔꽃으로부터 받아 놓은 씨를

올 4월 달에 뿌린 것입니다.

그리고 기다렸죠!

언제나 쌍떡잎이 머리를 밀고 올라올까?

날이 가고

또 날이 가고

월요일,

화요일…….

토요일…….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땅이 문제인가?

거름을 주어야 하는가?

나의 기다림은 조급함으로 변하고

결국 사무실 화분에서 올라온 싹을

움푹 파서 옮겨 심었습니다.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이제 기다림에는 익숙해진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내 나이 쉰이 오면

모든 것을 품을 수 있겠다 했습니다.

물질에 연연하지 않겠다! 했습니다.

그랬다는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힘 있게 살아 갈 날이 줄어들면서

빨리 성취해야 하고

그러니 빨리 해치우려고

바쁘게 동동거리는 조급함이 생기고 있습니다.

분명 나팔꽃 씨는

떡잎을 가지고 지면을 뚫고 나올 텐데 말입니다.

심은 대로 거두는 법칙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하나만 묻습니다.

제발 말씀하여 주세요!

플리즈(정중하게 예를 다하여서 ㅎㅎㅎ)

당신에게 조급한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 빨리 화장실가야해요~

곧 밀고 나올 것 같습니다 ㅠㅠㅠ

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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