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뜻 시계를 보니 1시30분 즈음.
배가 고플 때가 되긴 한 거죠!
때론 손목시계보다 배꼽시계가
더 정확하고 만만할 때가 있다는 거 아시죠?
문득 생각하여보니 점심시간, 저녁시간을
시계에 의한 맞춤보단 몸이 전달하는
원초적 본능에 순응 하는 것이
더 편할 때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강동구와 하남시에 걸쳐있는 일자 山을 내려와
보훈병원 앞 큰길로 접어들었는데
아가씨 한 분이 앞에서 뛰어가고
뒤 이어 제발 걸어가자며 호소하는 청년 한 명이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저토록 다급히 달려가는 아가씨와
헐떡이며 쫓아가는 남자와는 어떤 관계일까요?
그리고 도대체 어디를 가는 걸까요?
나는 갑자기 그것이 궁금해지기 시작을 했습니다.
그래서 마치 할 일 없는 사람처럼
그 들 둘을 따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들이 뛰기 시작한 도로에는 이렇다 할 별 것이 없고
200m앞에 국수집이 있고
한정식 집이 있고
사거리 쪽으로 좀 더 붙으면 실내 배드민턴 체육관이 있습니다.
아가씨가 뒤를 돌아보며 냅다 내지릅니다.
"빨리 와~"
어쩐지 좀 전 보다 더 절박한 음성이었습니다.
분명 둘 만이 아는 시급한 일이 있어보였습니다.
아가씨, 뜁니다.
뒤 따르던 청년도 뛰기 시작을 합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나도 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현 듯
또 다른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을 했습니다.
그건 앞에서 달리며 간간이 뒤를 돌아보는
아가씨의 얼굴에서
근심이나 불안으로 보이는
어두운 면이 전혀 보이지가 않았던 것입니다.
오히려 그녀의 얼굴은 환희로 빛이 났고
결승선을 코앞에 둔 선수만이 가질 수 있는
영광의 얼굴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앞에 아가씨 뛰고
뒤에 청년이 뛰고
그 뒤를 이어 시시껄렁하게 뛰는 나를
버스정류장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러다 우리 뒤로 덩달아 뛰는 사람들이
줄 지어 따라붙지 않을까요?
인생길을 잃은 사람들이 달리던 포레스트 검프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잠시 후
다시 한 번 외치는 선두 아가씨의 외침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으니
" 빨리 와~배고파 죽겠어!
얼른 국수 한 그릇 때려 넣고 가자!
난 배고픈 건 못 참아......
국수 집 다 왔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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