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 간다. 신당동 왔다. 하겠다는 의지가 통한다는 것에 경이로움을 통하다. 언젠가 언젠가는 내 육체가 내 뇌(腦)에서 내리는 명령을 전달받고도 수행하지 못 할 날이 오겠지. 서글퍼도 인정. 자자자자~. 오늘은 앵글선반과 행거 작업.

난이도가 없어서 밋밋하게 작업을 해도 되는 날이다. 앵글이 들어 갈 장소에, 행거가 들어 갈 위치에 잘 들어가기만 하면 그것으로 족한 하루가 되지 않을까? 그런 날이 있다. 어제는 쌔가 빠지게 일을 했다면 오늘은 수월한 일도 있는 것이다.

때론 어제 혀 빠지게 일을 했는데 오늘도 새빠지게 해야 하는 날도 있다. 이건 일에 관한 이야기이고 삶의 아픔도 그러하다. 인생의 즐거움도 그러하다. 좋은 날 뒤에 좋은 날. 울적한 날 뒤에 쓸쓸한 날. 오늘은 볼트를 사용하여 조립하는 앵글선반과 창고형 행거 작업을 한다.

앵글이 그럴싸하게 섰다. 반듯하다. 저 빈틈없는 각을 보라. 엄격하게 훈련된 군인의 부동자세 같지 않은가? 당신은 몰라도 나는 그렇게 보인다. 나의 마름은 언제나 잘 정돈된 정원 같으니까 핫핫핫 거짓말 하니 혀에 가시가 돋는 듯. 오늘은 얼른 끝내고 신당동 떡볶이나 먹어 볼까?

 

이제 행거를 만져볼까 한다. 그런데 떡볶이를 생각해서 그런지 원형 파이프가 떡볶이로 보이네. 지나치게 생각하면 허상이 보이는 현상. 뭘 그리 생각하나? 오늘의 작업을 마치고 소방서 골목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면 왼편 과 오른 편에 즐비하게 늘어선 떡볶이 집들이 보일 텐데 유명한 집이나 덜 유명세를 탄 집이나 아무 곳으로 쑥~들어가면 된다. 먹어보니 맛은 거기서 거기. 하루를 감사한다. 이 얼마나 멋진 하루인가? 약간만 마음을 소박하게 먹으면 행복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이젠 간다. 간다는 의지에 반응을 하여주는 육체에게 고마움을 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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