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나갔다 사무실로 돌아와

상의를 벗고 작업복으로 갈아입는데

속옷을 뒤집어 입었다고 알려준다.

그래? 하지만 그게 무슨?

겉옷 안에 숨어 있었으니

누가 알았을 리 없는데 그게 무슨 상관?

일 없습니다.

그런 것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어눌한 성격이기도 하고

그리 말을 하니 우리 실장님 실실~웃는다.

그 때 들려오는 소리

" 사장님 좋아요!

옷 뒤집어 입는 것이 요즘 트렌드이어요.

아무나 할 수 있는 거는 아니죠!"

우힛?

이거 나를 응원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

어딘가 약간 놀리는 소리 같기도 하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다.

내 친구 창수에게 말이다.

창수가 전화를 했었다.

그의 하소연은 이러했다.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은 열정으로

해(태양) 있을 동안 달리고 달리고

마치 슈퍼맨 노래처럼 쌔가 빠지게 영업 다니다 집에 왔는데...

음! 좋아 슈퍼맨 이야기 나온 김에 노래 한 삽.

아시는 분 있으면 같이..

 

" 아들아! 지구를 부탁하노라

아버지 걱정은 하지마세요

바지 위에 팬티입고 오늘도 난 길을 나서네.

아들아 망토는 하고 가야지.

아뿔싸, 어쩐지 허전하더라!

파란 타이즈에 빨간 팬티는 내 챔피언 포인트.

오늘도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살리고 살리고 살리고 살리고

돌아라! 지구 열 두 바퀴

올빽머리 근육빵빵 난 슈퍼맨

지구인의 친구 난 슈퍼맨.....

중략

 

.....

아들아 아침은 먹고 가야지.

아버지 빈속이 날기 편해요.

서울.대전.대구.부산 찍고나서 독도 한바퀴....

생략...

 

이렇게 영업을 뛰고

집에 돌아와서 옷을 갈아 입으려는데

창수 아내가 소리를 친 것이다.

" 당신 뭐가 그리 급해서 팬티도 뒤집어 입었냐?

영업 다닌다며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 거냐?

누구냐?

도대체 어떤 女ㄴ 이냐? "

창수가 내게 전화를 했다

" 호순아! 팬티 뒤집어 입은 일이 그렇게 위험한 일이냐?

그것이 도대체 뭐가 잘못이냐?

어차피 팬티 위에 바지가 있는데"

나는 창수의 귀에다 덤덤하게 답을 붙였다

" 글쎄? 그게 뭐?

그게 어쨌다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이상한 거지. "

창수가 웃으며 말을 붙였다

" 역시 너는 내 친구야~

이젠 팬티도 검열을 받아야 하는 거냐? “

 

그런 날이 있다.

별것도 아닌데~오해를 받는 날.

그런 날에는 나를 이해하여주는 친구 하나가 그립다.

무슨 소리를 하여도 웃어주는 친구.

어떤 푸념을 하여도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는 친구.

그런 친구와는 국수를 먹어도

한우 특 등심을 먹은 것보다 더 영양지다.

그런 친구와는 서울서 부산까지도 걸어갈 수 있다.

가다가다 버거우면 쉬었다 가면 될 테니.

비 오고 바람 드세게 부는 4월11일 화요일.

강원도엔 또 다시 대형 불이 山을 삼키며

바람에 도움을 입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지인이 살고 있는 속초에 전화를 넣는다.

” 거긴 괜찮아요?“

나의 말에 그가 답을 내었다

” 아직은 괜찮은데 너무 무서워요!

이렇게 바람이 부는 날에는 불이 날아 다녀요~

불이요~

山 하나 뛰어 넘는 것은 일도 아녀요!

무서워요..........“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통화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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