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재에 찾아오는 볕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 건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이중창으로 된 Door가 영하로 곤두박질치는 날에도 쌀쌀맞은 추위는 완벽 차단시키고 볕만 투과시켜 서재를 봄처럼 만드는 것을 보았고 그렇담 작은 꽃 한 송이는 키워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온 것이다. 무엇이 좋을까? 그러다 재작년 도로 화분에 심었던 채송화가 생각이 났던 것이다.

다음 날 다이소로 갔다. 사소한 것을 만만하게 살 수 있는 곳이 다이소이다. 채송화 씨앗 한 봉지 사려고 종묘가게를 찾아 가기엔 그래도 남자라고 자부하는(자칭 ㅎㅎㅎ)내가 할 일은 아니지. 하지만 발품을 헛 팔았다. 다이소엔 내가 찾는 채송화 씨가 없었다. 헛일이 되었다. 간만에 생각해낸 지혜라고는 똥값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호주머니에 두 손 찔러 넣고 돌아오는 길에 아내의 친구 중 꽃을 사랑하는 키 큰 그 분이 생각났고 당장 그 녀에게 전화를 넣었더니 채송화 씨는 이렇다하게 받아 놓은 것이 없다며 잔잔한 대화는 그렇게 중단이 되었다. 그리고 몇 분 후 다시 걸려온 전화. 좀 전에 통화한 아내의 친구 .그 녀가 좋은 대안을 내었다. 채송화를 심었던 그 화분에서 흙을 조금 걷어내면 그 지표면에 떨어 진 채송화 씨가 있을 것 같다는 기발한 생각을 전달했고 그 다음 날 그 녀는 채송화 씨가 떨어져 있을 거라는 그 화분의 흙을 퍼서 가지고 왔다

" 나참! 화분흙을 검정봉투에 퍼서 누군가에게 주기는 처음이네요.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 것이고요"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볼품없이 버티고 있는 도로화분에 아내의 친구가 퍼 담은 흙을 내 화분의 흙과 교배를? 시켰다. 과연 채송화 종자가 이 봉지 흙에 있었을까? 그렇다면 볕 좋은 화분에서 그 씨앗은 그 기쁨의 싹을 내게 보여줄까? 억지로 희열의 기다림을 만들어 본다. 오늘은 기온이 영상 7도까지 올라간다는 2월의 어느 한 날. 날씨가 좋으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미세먼지로 아직 이렇다 할 볕은 보이지를 않는다. 하나가 좋으면 하나는 마땅찮네.
그래서 지나치게 기뻐하지는 않으려 한다. 그래서 과(過)하게 슬퍼하지도 않으려 한다.
가재도 잡고 도랑도 치는 일거양득에 너무 기대지 않으려 한다. 그저 이 화분에 채송화 이파리가 땅을 밀고 나오길 바라볼 뿐. 오늘은 2월 9일 목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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